애연가의 결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담배유행론이 거듭 심각한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영국왕립의사회는 흡연으로 죽는 영국인이 매년 2만7천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사망자의 대부분은 35세부터 64세까지로 지적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년 흡연가가 죽을 가능성은 금연가에 비해 2백나 많다. 특히 애연가는 65세가 되기전에 죽을 확률이 40%라고 지적했다. 5명에 2명인셈이다. 『흡연과 건강』에 관한 이 보고서는 장티푸스 콜레라, 폐결핵 못지않게 담배는 끔찍한 병을 유발한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미국 의회도 지난해 가을 담배갑의 경고문을 보다 강화하는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해로울지도 모른다』(…may be hazardous to...)로 되어있다. 여기에서 may(일지도 모른다)를 빼자는 주장이다. 게다가 『폐암과 기타 질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문구를 새로 삽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암협회의 H·하먼드박사는 지난 7년간 미국인 1백만명을 상대로 『끽연과 건강』에 관한 조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최근 명쾌한 결론에 접근했다. 끽연은 여하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하먼드박사는 비단 폐암만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물론이고, 그밖에도 후두·식도·각기관의 암·관동맥성심장병·급성기관지염·폐기종·위장장애등을 들고 있다.
담배유해론은 이제 재론의 여지도 없는 것 같다. 영국의 생명보험업자들은 때맞추어 금연가들의 보험료인하를 광고하고 있다.
한국 담배의 질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더욱이나 불쾌한 일이다. 최근 그나마 고급이라는 일부담배는 품귀현상까지 빚고있다.
이 고급담배도 타르나 니코틴의 함유량으로 보면 저급을 면치 못한다. 인기없는 일본담배만도 못한 형편이다. 미국산 캔트에 비하면 무려 3배에 가까운 함유도를 보여 준다.
끽연가들의 약점은 그것을 일거에 끊어 버릴 수 없는 습관성에 있다. 우리나라 담배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 약점을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당장에라도 담배를 내던질 수 있는 결단에 달려있다.
드골은 그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금연을 결심한 뒤의 일이다.
『담배를 끊으니 세상만사가 오히려 더 단순해 지더군!』
자! 이젠 애연가들의 결단만 남은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