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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시즌리뷰 (5) 기아 타이거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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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킨 팀은 누가 뭐래도 기아타이거즈다. 비록 시즌 막판 삼성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었지만, 중반이후 줄곧 선두를 유지했고, 2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 자체만으로도 기아 타이거즈는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기아는 4강에만 진출에도 성공일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기아의 힘은 놀라웠다. 용병 듀오 키퍼-리오스와 최상덕-김진우로 이어진 막강 선발라인업은 8개구단중 최고였다.

리오스는 구원으로 등판하던 때의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선발로 전환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기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었다. 하지만, 완투형 선발로 구성된 선발진과 달리 박충식-이강철의 언더핸드 더블 스토퍼는 체력적인 한계로 기아의 마지막 스퍼트에 걸림돌이 됐다.

기아는 지난 시즌까지 든든한 마무리를 맡았던 오봉옥의 부진과 오철민등 미들맨들의 부진은 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에서도 팀 탈락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시즌 내낸 선발투수로 위력을 과시하던 김진우가 플레이오프에서 구원투수로 전환하였지만, 너무도 큰 시련을 겪으면서 내년 시즌 김진우의 보직 결정을 놓고 김성한 감독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아의 전신였던 해태가 가진 장점은 상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때 한 방을 터뜨려줄 홈런포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아는 파괴력이 떨어진 타선으로 힘겨운 일정을 보냈다. 더구나 홈구장인 광주구장도 경기장이 작다는 것이 현재 기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아가 올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힘은 안정된 선발진의 힘도 있었지만, 필요할 때 집중력 있는 안타를 몰아쳤던 타력과 원-투 그린라이트로 자리매김한 김종국과 이종범의 기동력이었다.

98년 이후 타이거즈가 주전들과 해외로 진출한 유망주 확보 실패로 팀 전체 전력이 하향세였던 전력이 기아로 모기업이 바뀌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서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노력도 성적 상승에 큰 힘이 되었다.

더구나 90년대 이전까지의 1세대와 98년 이전의 2세대로 세대교체에 자연스럽게 성공하였지만, 투자 부족으로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었던 그간의 어려운 과정을 넘기고, 타이거즈 3세대가 팀 전력의 중심이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종범과 김종국이 고참급 선수로 2~3년간 팀을 이끌고 이들이 400경기 이상의 경험이 쌓이는 선수들이 된다면 기아의 전력은 막강 호랑이 군단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이름을 남겼다. 물론 프랜차이즈적인 측면에서 가장 성공으로 기억될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지만, 변함없는 타이거즈 팬들의 성원이 올 시즌 가장 큰 변화였다.

특히 구장이 넓은 잠실과 문학구장에서는 원정 경기 핸디캡을 극복하고도 남을 타이거즈 팬들의 관중동원은 기아를 제외한 7개 구단이 기아와의 경기를 치루는 것만으로 흐뭇함을 갖게 하는 힘이였다. 그러나, 연고지인 광주시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기아는 8개 구단중 가장 열악한 경기 시설을 갖고 있어 경기장 개선만 이루어 진다면 국내 프로 스포츠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한 시즌이었다.

오윤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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