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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두진 국무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야할 일들은 잡혀진 방향대로 하나하나 다지며 밀고 나가는게 바로 올해의 설계지요. 실천에 옮길때까지 공표할 수 없는 마음속의 세계니 더 캐묻지는 마시오.』

<실천없는 설계없다>
취임 2주일 남짓된 백두진국무총리는 3일 신년휴무로 텅빈 중앙청을 잠시 둘러보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취임후 거의 매일갈이 상오 8시에 등청, 하오 8시 넘게까지 집무에 열중하는 백총리는 『그동안 축척된 체력탓인지 스태미너는 왕성하며 저장된 당분을 하나하나 뽑아쓰며 일하겠다』고 그의 나이(62)답지 않은 패기를 보였다. 『내 시정자세는 확고합니다. 그것은 민주정치과 민주경제가 원인.결과의 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에 있다는 전제에서.... 그 민주경제가 정부주도형아닌 민간주도형에 의해 이루어 질수 있다는 소신에서 출발되는 것입니다.』
16년전 자유당정권때 6.25동란의 혼란속에서 경제재건의 주역으로 총리를 지냈던 백총리는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 될지 모른다면서 그 나름의 자신있는 시책방향을 잡고있는 것 같다.
『물론 자유당때의 여건과는 지금이 많이 다르지만 원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경제와 정치의 민주화는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는게 아니니까....

<정화는 지도층부터>
어느 의미에선 여건이 좋지. 국력은 웬만큼 쌓아졌거든요. 이제 국력인 부의 정태를 동태로 굴려야 합니다. 피라밋형에서 원형이나 타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할까?』-
백총리는 냉기가 서리는 중앙청의 대리석 계단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삼각현관 타원을 그려보였다.
인터뷰를 굳이 사양하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오른 백총리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지금으로서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없고 또 대통령각하를 보좌하는 입장에서 따로 설계가 필요치 않다』면서 질문을 애써 피했다.
『잘사는데 방법은 여러가지 있겠지요. 그렇지만 기본원칙은 있는 것이고 내 생애에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내스스로 모든 일에 모범을 보이고자 합니다. 이른바 지도층의 사람들이 사회정화에 앞장서야 하고 사회발전의 추진력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봅니다.』

<정치인보다 행정인>
69년 5월에 골프를 시작해 핸디 24인 백총리는 『치질을 수술한뒤 골프에 열중할만큼 건강이 좋아졌으나 이젠 시간이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면서 일하는 내각의 주인노릇을 해야겠다고 했다. 돌격과 중화의 과정을 거친 정내각에 이어 행정에서 다소 이니셔티브를 갖게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추력내각으로 기대되는 백내각은 어쩌면 백총리의 부지런함때문에 그 기대가 클지 모른다.
백총리는 새해시무식에서 얘기할 훈시요지와 각종 회의등이 담긴 일주일의 일정을 챙기며 올해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할 수 있도록 온갖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는 착실한 행정인이 되겠다』면서 중앙청 현관을 나섰다. [글 윤기병, 그림 신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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