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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화 먼저 사회적 대타협 이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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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용노동부의 내년 일자리 예산에 대해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전문대학원장은 “과거에 해왔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이 안 된다. 그저 예산만 늘린 것 같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김영문(노동법) 전북대 교수는 “모양은 좋은데 구멍이 숭숭 뚫린 엉성한 퀼트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런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책이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막힌 곳을 찾아 뚫어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돈만 퍼붓기 때문에 민간 노동시장이 꿈쩍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문모(경제학) 성균관대 교수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에 비례해서 임금을 낮추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정부 정책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안에 대해 노·사·정은 그동안 구체적인 논의를 피해왔다.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최근 들어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노사 모두 적극적이지 않다.

 김이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예산이 발표되자마자 노사정위를 방문한 것은 노사가 양보해서 노동시장 개혁에 타협점을 찾아달라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노사정위에서 “노동시장을 혁신하는 과정은 노와 사 모두에 ‘알을 깨는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근로 관행과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호환(경영학) 아주대 교수는 “고용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끌고 간다고 해서 늘지 않는다”며 “시장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이 선행되어야 하며, 정부는 타협안이 나올 때마다 그에 걸맞은 정책을 수혈하는 것이 바람직한 고용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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