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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나 'OCW컨소시엄'이사, 배움의 열망 채워드립니다 … 대학 강의 온라인 공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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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황미나 이사는 “한국의 공개 강의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 한류팬들이나 경제성장의 노하우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황미나(43) ‘오픈코스웨어컨소시엄’ 대외협력 이사의 어릴적 꿈은 초능력자,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 누구든 원하는 대학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 어릴 적 꿈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닌 셈이죠.”

 오픈코스웨어(OCW)란 대학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고 공유하는 걸 말한다. 200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전 과목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어 존스홉킨스대·하버드대 등 미국 주요 대학과 일본·유럽 지역 대학들이 동참하면서 전 세계 300여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그가 OCW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2008년. OCW를 확산키시고 지원하는 단체인 OCW컨소시엄(www.ocwconsortium.org)이 미국에서 비영리단체로 공식 출범하면서 150여 명의 컨소시엄 구성 위원을 대표하는 이사 10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됐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 쟁쟁한 멤버들을 제치고 제가 이사가 됐을 때 다들 놀랐어요. 저도 그랬고요. 왜 제가 선출됐냐고 물으니 ‘당신은 트러블 메이커다. 앞으로도 계속 문제를 일으켜 달라’고 하더군요.”

 당시 그는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강의법을 연구하다가 OCW를 알게돼 컨소시엄 측과 활발히 교류를 하던 중이었다. “번역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모바일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제안을 하면서 컨소시엄 집행부를 귀찮게 했던 것이 좋은 인상을 줬던 것 같아요.”

 국내는 2007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대·연세대·부경대 등 20여개 대학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는 곽금주·김난도 등 유명 교수들의 ‘명품 강좌 시리즈’를 무료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OCW를 주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류가 강세인 동남아시아 등의 경우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많다. 아프리카 등에선 새마을 운동 등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황 이사는 강의 공개뿐 아니라 자금 지원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OCW컨소시엄의 메인 스폰서는 100만 달러를 지원한 휼렛재단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OCW 지원을 통해 글로벌 지식공유 사업의 주요 일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사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초·중·고교 중 10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교육기업 ‘에이엔에스’ 등에서 일하며 『영어 프레젠테이션 첫걸음』 등의 책을 냈고, EBS에서 직업탐구 강의도 했다. 그의 관심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과 먹이는 것. 오픈코스웨어 확대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든, 포성 가득한 전쟁터에서 태어났든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하고 오픈코스웨어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죠.”

 그는 “OCW 일이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감옥에 수감된 사람이나 학교를 자퇴한 이들로부터 OCW를 통해 공부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면 가장 신난다. OCW가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초기에는 강의 내용을 단순히 온라인에 공개해 놓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해당 대학의 학생들처럼 강의 듣고, 숙제 내고, 시험을 치러 인증까지 받을 수 있는 무크(MOOC)로 발전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고의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스탠퍼드대 강의를 세계 곳곳의 보통 사람 수만 명이 들었는데, 이들이 낸 숙제나 시험 결과가 스탠퍼드 학생들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글=박혜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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