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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정상, 34년 만에 전화 접촉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2호 01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해 이란 핵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양국 정상 간 접촉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처음이다. 전화 통화는 로하니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를 마치고 공항으로 귀국 비행기를 타러 가던 중 오바마가 전화를 걸어 오후 2시30분쯤부터 15분간 이뤄졌다.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전화를 건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로하니 대통령과 이란 핵 관련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으며, 이 문제 해결은 새로운 양국 관계를 향한 주요한 진일보가 될 것”이라며 “종합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 등 외신은 “양국 관계의 지각변동” 같은 표현을 동원했다.

오바마ㆍ로하니 15분 통화 … 이란 핵 문제 해결 낙관론 확산

이에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P5)에다 독일을 더한 ‘P5+1’과 이란이 1년 안에 핵 협상을 타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란과 ‘P5+1’은 다음 달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협상을 재개한다.

양국 관계는 79년 이란의 미 외교관 억류 사건에 이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반미 행보, 이란의 핵 개발 강행 기조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의 취임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미 측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두 정상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대미 강경파를 의식한 로하니 측은 응하지 않았다. 로하니는 유엔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위대한 나라’라고 칭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오바마와 악수하는 사진을 찍을 경우 강경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염려한 묘수인 셈이다. 오바마 역시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중동 문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로하니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은 오바마에게 영어로 ‘좋은 하루 보내라’라고 인사했고, 오바마는 아랍어로 “코다하페즈(Khodahafez:신의 가호가 있기를)’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트윗은 삭제됐지만 ‘역사적 전화 통화 후’라는 설명과 함께 기내에서 웃고 있는 로하니의 사진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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