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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응급처치 ABC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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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호 18면

얼마 전 가정주부인 이모(55)씨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전기 압력밥솥을 열다가 뜨거운 김에 데어 4도의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것. 손가락 검지와 중지의 피부가 완전히 괴사돼 뼈까지 손상됐다. 4도 이상의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까맣게 타서 대부분 조직이 죽어 버린다. 이 때문에 피부 이식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환자는 더 이상의 괴사를 막기 위해 화상 입은 부위 손가락을 절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작은 부주의가 큰 화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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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 환자분은 전선을 잘못 만졌다가 감전돼 오른팔 전체에 2도의 화상을 입었다. 전기 콘센트를 꽂다가 감전된 경우, 다리미에 덴 경우, 가스레인지에 데어 오는 경우 등 가전제품 사용 부주의로 외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화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염 예방이다. 화상으로 피부 방어막이 깨지면 외부 세균과 미생물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세균이 몸속 깊이 침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1~2도 화상을 입었을 때는 피부가 붉어지고 부어오르며 24시간 내 크고 작은 물집(수포)이 생긴다. 타는 느낌도 나고 열감이 생긴다. 이때 물집이 터지면 피부 안쪽이 바로 노출돼 2차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가급적 터트리지 않도록 한다. 또 공기와 닿으면 따끔하므로 청결한 헝겊으로 감싸고 병원으로 간다.

화상 범위가 작을 때는 찬물로 30초 정도 화상 부위를 냉각시킨다. 화학물질로 화상을 입었다면 흐르는 물로 빨리 씻어낸다. 1~2도 정도 좁은 부위 화상은 2~3주 이내 흉터 없이 아문다.

3~4도 화상은 상처 부위 세포가 죽어 회백색 또는 흑갈색의 딱지가 생긴다. 만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흉터가 남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피부 이식을 하게 된다. 화상 부위 피부가 굳어 운동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감전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경우 대부분 3도 이상일 때가 많다. 피부 표면뿐 아니라 내부도 문제가 생긴다. 수분 손실이 커져 탈진증상도 나타난다. 환자의 의식상태를 보면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게끔 한다.

잘못된 처치로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알코올이나 소주 또는 얼음으로 열을 식히는 것이다. 알코올이나 얼음을 부으면 그 주변 모세혈관이 응축돼 화상을 입은 피부조직이 응고된다.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상처 치료용 항균 연고는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습윤작용)을 한다. 1도 정도의 가벼운 화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넓은 화상 부위나 2도 이상의 화상 부위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인다. 소위 ‘빨간약’으로 불리는 포비돈 용액도 조심한다. 어린이의 경우 피부 착색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요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감자를 갈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열을 내리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물집이 벗겨진 피부에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자극되고 감염 위험도 크다. 콩기름·참기름·소금 등을 바르는 것도 전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상처가 커지거나 흉터가 더욱 심하게 남을 수 있다. 더덕가루·알로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니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

화상을 입은 부위 옷이나 장갑, 양말은 함부로 벗겨서는 안 된다. 피부가 함께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온의 물로 충분히 냉각시킨 뒤 달라붙은 부분을 남기고 잘라내고 병원으로 빨리 이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상현(42) 일반외과와 성형외과를 복수로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한 외상 전문의다. 손·얼굴 외상 분야에서 5000건 이상 응급수술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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