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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돌리며 던지는 ‘일렬횡대 파도 타기’ 세계 최고 … 한국의 저력 느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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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영국의 상징 ‘왕실근위대’. 2 사상 검증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철저히 교육시키는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 3 침묵 속에서 이뤄지는 동작 시범이 특기인 미국 해병 의장대 ‘사일런트 드릴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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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대’ 하면 빨간 정복에 긴 검은색 곰털 모자를 쓴 영국 왕실근위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전을 지키기 때문에 여왕 근위대, 버킹엄궁 의장대라고도 불린다. 매일 오전 11시 버킹엄궁 앞에서 진행되는 왕실근위대의 근무교대식은 관광객들의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심지어 바늘로 찔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왕실 근위병들의 모습은 영국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실력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이름 나 있는 의장대는 미국의 해병 의장대다. ‘사일런트 드릴 팀(silent drill team)’이라고 불린다. 이들의 의장 시범은 이름처럼 침묵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하사관 이상의 해병 2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게 4.8㎏의 M1 개런드 소총을 사용한다. 고요함 속에서 이뤄지는 이들의 소총 회전과 던지기 동작은 정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의 각 잡힌 총기 검사 모습이 동영상을 통해 국내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을 만큼 엄격함을 유지하고 있다.

 훈련이 혹독하기로는 중국 의장대를 따라갈 수 없다. 중국 의장대는 엄격한 사상 검증을 거친 키 1m85~1m90㎝의 건장한 대원을 선발한다. 이들은 전술 및 무기에 대한 이론교육을 바탕으로 800시간 넘게 훈련을 받는다. 훈련에는 동작과 제식 및 체력훈련은 물론 3시간 이상 부동자세로 버티기, 1분 동안 눈 감지 않기 등과 같은 표정·자세 관리도 포함된다. 통상 이런 훈련을 1년 이상 거쳐야 외국 귀빈을 맞는 의장 행사에 투입된다.

 그렇다면 한국 의장대의 수준은 어떨까. 한국 해군 의장대를 지켜봐 온 미국인 피터 바톨로뮤(64·사진)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실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30년간 해군 의장대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부식을 후원하고, 해군 의장대 예비역들에게 숙식 제공 활동을 해 왔다. 올해 2월에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진해 해군의장대 부대를 사전 허가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민간인 중 한 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의장대를 30년간 지켜봐 왔는데.
 “해양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조선소가 많은 진해·통영 같은 지역을 많이 찾았다. 그러던 중 1984년 우연히 군함 명명식에 가 의장대를 봤다. 그때 ‘아, 왜 이제야 이걸 봤지’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내 나라는 아니지만 강하게 끌렸다. 그때 이후 30년 가까이 전국 행사장을 쫓아다니며 후원했다.”

 -한국 의장대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 군의 위용을 알 수 있었다. 한국 군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군과 함께 6·25전쟁을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 든든한 군이 지킨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한국의 저력을 한국 의장대를 보면서 느꼈다.”

 -다른 나라 의장대와 비교해 봤을 때 어떤가.
 “해외에 갈 일이 많고 의장대에 관심이 있다 보니 유심히 보곤 했다. 특히 캐나다 퀘벡시(市)에 방문했을 때는 명물이라 불리는 의장대까지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 절도 있는 모습이 멋졌지만 딱히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한국 의장대는 움직임이 적은 외국 의장대와는 달리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총을 던지고 받는 동작이 대표적이다. 대형도 다양해 볼거리가 많으면서도 절도가 있다.”

 -한국 의장대의 수준을 느끼게 된 계기는.
 “97년 해군 순항훈련함대가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행사 진행을 도왔는데 당시 밴쿠버 시장이 우리 해군 의장대 시범을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 나한테 와서는 ‘어쩜 저렇게 현란하고 절도가 있을 수 있느냐’고 계속 물었다. 특히 의장 시범의 꽃이라 불리는 ‘일렬횡대 파도 타기(일렬로 서서 파도 타듯 총을 회전시켜 던지는 동작)’는 한국 의장대만큼 잘하는 의장대를 보지 못했다.”

 -30년간 지켜보면서 느낀 변화는.
 “수준 높은 동작과 시범을 선보이지만 3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동작이 많이 간소해졌다. 복무기간이 단축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꾸준히 다양한 의장 동작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의장대에 바람이 있다면.
 “더욱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한국 의장대를 보고 한국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것처럼 의장대는 그 나라를 대표한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정재홍 인턴기자 jhjj14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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