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한인 할아버지 '안타까운 고독사'

미주중앙

입력

LA한인타운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70대 한인이 숨진지 이틀 만에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 모(70) 할아버지는 혼자사는 친구가 주말 내내 전화를 받지 않자 덜컹 걱정이 됐다. 지병이 있는데다 딱히 돌봐줄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걱정에 빠진 장 할아버지는 24일 오후 11시30분쯤 1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인근에 있는 친구의 아파트를 찾았다. 현관 벨을 울려도 인기척이 없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집안에선 전화 벨만 울릴 뿐,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장 할아버지는 아파트 관리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에는 친구인 박 모(70) 할아버지가 쓸쓸하게 숨져 있었다.

장 할아버지에 따르면 숨진 박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뇌출혈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관계자들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보아, 사망한 지 이틀 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장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방주교회 김영규 목사는 "장 할아버지는 지금 친구의 주검을 본 충격과 실의에 빠져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도 딱한 게, 오래전 이혼해 혼자 살고 있었고… 한국에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어도 올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더라.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LA다운타운에서 함께 경비원일을 했다. 박 할아버지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결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목사는 "어제도 교회 옆 아파트에서 90대 할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의 시신은 아직 장례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채, 장의사에 안치돼 있다. 장의사 측은 "한국 거제도에 사는 고인의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례비용'문제를 꺼내자 경제적으로 어려운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선, '고인을 화장해 1년 동안 모실 테니, 그 안에 LA에 와서 모시고 한국에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장례 비용은 동료 장 할아버지와 주위 지인들이 십시일반 성의를 모아 마련할 예정이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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