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논란만 증폭시킨 법무부의 '채동욱 의혹'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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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무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婚外)아들’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에 채 총장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는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 발표는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모두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어제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진상조사 내용, 검찰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 채 총장이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의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엔 이의를 달기 어렵다. 총장 자리가 사실상 공백인 상태가 장기화하면 검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채 총장 자신도 지난 24일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내면서 청와대 측에 사표 수리를 요청한 바 있다. 문제는 법무부가 사표 수리의 근거로 내놓은 ‘진상 확인 결과’가 옹색하고 허술하다는 데 있다. 임모 여인 카페 등 출입은 이미 채 총장이 정정보도 소장을 통해 인정한 사실이다. 새로운 정황이라고는 “임모 여인이 부인을 칭하며 고검장이던 채 총장 사무실을 방문해 대면을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부분뿐이다. 이것을 갖고 어떻게 의혹의 핵심인 혼외 아들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인가.

 나아가 절차적인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청와대가 사표 수리를 유보한 뒤 법무부는 정식 감찰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돌연 감찰위원회 소집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조사 결과를 언론에 불쑥 내민 것은 온당치 않을뿐더러 인권침해 논란도 빚을 수 있다. 감찰 지시로 ‘총장 밀어내기’ 시비를 일으켰던 법무부가 이런 행태를 보인 데는 또 무슨 배경이 있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직접 국민 앞에 나와 보다 구체적으로 경위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