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무효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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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대법원은 충남 예산의 67년 국회의원 선거의 무효를 판결, 당선자인 박병선 의원은 이날로써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전체 합의부는 예산 지구의 국회의원 선거는『선거의 생명으로 하는 자유와 공정히 현저히 침해된 것』이라고 판 시하고, ①공무원의 불법 선거 운동 ②금품 제공 ③유령 유권자 등재 등의 선거법 위반사실이 없었다면『선거의 결과가 달라졌을는지 모른다』고 그 판결 이유를 밝혔다.
67년 선거를 에워 싼 소송에 있어서 당선 및 선거 무효의 판결이 내린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지만 6·8 총 선에 대한 법적 판가름은 이로써 완전히 끝을 맺게 되었다.
6·8 총선 이후 대법원이 접수한 선거 소송 건수는 사상 최고의 기록인 2백76건이나 되는데, 이것은 제헌 국회로부터 6대 국회까지에 이르는 전체 선거소송 총 건수(2백66건) 보다도 10건이 더 많은 것이었다. 대법원이 접수한 이 많은 선거소송 중 3년6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원고의 소 취하 1백86건을 비롯하여 원·피고의 법정 불 출두로 인한 소 취하 간주 58건, 소장 등 요건 불 비로 인한 소 각하 5건 등을 제외하면, 대법원이 심리를 통해 흑백을 내린 것은 겨우 27건(원고 승소 5건, 원고 청구 소각 22건)에 불과 하지만, 단 1건이라도 선거 과정에 있어서의 불법·부정이 인정되어 뒤늦게 선거의 무효와 국회의원 자격의 상실 등이 선고되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예산 지구 선거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선거무효 판결을 내린 것은 우리 나라 사법의 독립과 권위, 그리고 법관의 양심이 살아 있어 법을 어긴 선거는 결국 무효가 된다는 산 실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이점을 우리는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최근 사법 제도 개선위원회는 대법원장에게 선거 소송에 있어 당사자의 고의적인 소송 지연 책을 방지하고, 공정한 재판과 신속한 처리를 하기 위해 선거 소송은 현행과 같이 대법원 전속 관할로 하되, 소송 진행의 속결을 위해 증거 조사는 하급 법원에 촉탁할 수 있게 할 것과, 반복되는 기일 연기 신청 등에 대하여는 직권주의를 강화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 소송의 2심 제도에 대한 방안』을 건의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 공포된 선거 관계법 중 개정 법률은 앞으로 모든 선거 소송은 1년 안으로 처리할 것과 선거 소송의 증거 조사를 하급 법원에 촉탁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놓았다. 이처럼 선거 소송 처리를 1년 내로 끝내도록 하는 강제 규정을 선정해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은 선거소송 처리를 과거처럼 몇 해씩이나 끌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선거 실시 후 1년이란 짧은 시일 안에 폭주하는 선거 소송 사건을 모두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증거 조사를 하급 법원에 촉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대법원은 하급 법원이 수집하고 보고하는 자료를 기초로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만 주력해야 할 것이다.
예산지구 선거의 무효 판결은 법을 어기고 선거의 생명인 자유와 공정을 어긴 선거는 결국 무효가 된다는 점을 예시 한 점에 있어서 정당이나 입후보자에게 경고를 준 것으로 안다.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개인이나 정치 집단은 이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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