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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 6년 7개월…고충도 많았다|정일권씨 퇴임의 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4년 5윌11일 국무총리에 취임한 후 만 6년 7개월9일 만에 물러난 정일권씨는 18일 저녁 삼청동 공관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재임 기간을 회고했다.
『대통령 퇴임 제 아래서의 총리직이란 무척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준법 상 규정 때문에 국무 회의를 운영하는데도 고충이 많았지요.』퇴임하면서 처음으로 재임 기간의 고충을 술회한 정씨는『대통령 각하의 영향력을 존중해야 하는 입장 때문에 어떤 때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체 하면서 넘겨야 했다』고 했다.

<2주전 퇴임 결심>
물러나면서 가장 아쉽게 여기는 것이 무어냐는 질문에 정씨는『역시 경제 발전을 위한 우리 나라 특유의 사회·경제 체질을 채 다듬지 못한 것이지요. 우리의 경제 여건이 정부의 도움 없이 성장할 만큼 안되고 있는데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약 2주일 전에 물러날 결심을 굳혔었다고 한 정씨는『물러난 뒤에 할 일을 곰곰 생각하는데, 총리로 일 할 때보다 더 국가를 생각하고 야인으로 대통령을 보필하는 방안이 무엇 일 까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분간은 쉬겠다>
내년 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돌면서 수로 외교 문제에 자문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아직 무어라고 얘기할 단계가 아닌데…당분간은 조용히 쉬면서 지나야지요.』신임 총리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경륜이 많은 백 총리가 더 잘 할 것으로 믿어 마음 가볍게 물러간다.』
신임 총리가 임명된 하루 뒤인 19일 정씨는 공관에서 잔무 처리를 끝내고 이사 나갈 장충동의 친가에 잠시 들렀다.

<정든 집 떠나듯 섭섭>
이때 정씨는 총리실에서 대기시킨「벤츠」승용차 마저 사양하고 사용「코티나」로 공관을 나섰다. 정씨는『평범한 시민으로 공사를 구별해야 한다』고 측근 비서들에게 당부하면서 20일 아침엔 비서실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날 상오9시30분 중앙청 집무실에 각 부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구 총리의 이 취임식을 끝낸 뒤 정 총리는『정든 집을 떠나는 것 같아 섭섭하지만 든든한 새 주인이 들어와 마음 든든하다』면서 중앙청 정문을 나섰다. <윤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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