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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5년 "항시 위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고 원인>
남영호의 참사는 지난5년 동안 이 항로에 대한 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이를테면 행정 부재에서 온 참변으로 단정되고 있다.
여객선의 안전운행을 위해 교통부 해운당국은 선박안전 법·안전 법 시행령 등의 규정에 따라 임 검 직원을 배치해야 하는데도 지금 것 서귀포에는 직원하나 없이 직권도 없는 경찰의 형식적인 임 검에 그치고 있었다.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검찰과 교통부당국은 15일 남영호가 서귀포에서 성산포를 거쳐 출항할 때 화물적재량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선체도 정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생존자의 주장과 엇갈려 책임만을 면하려고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배의 적재 t수는 2백26t인데 경찰조사로는 이날 남영호는 서귀포에서 60여 화주의 밀감 6천1백30상자(1상자 무제 18·5kg), 1백13t과 배추 3트럭 분(6t), 잡화 2백30kg, 성산포에서 밀감 17상자 등 0·5t, 승객의 무제를 1명당 60kg으로 쳐서 20t으로 잡아도 적재량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사의 조사에 의하면 이날 실은 짐은 감귤협동조합에서만 6천 상자, 제주 냉동 1천2백14 상자, 범 양 상사 3천6백10상자, 감귤 반출인 협회 1천5백10상자 등 1만2천3백34상자에 이르고 있어 경찰추산의 배를 넘어 적재량 초과의 혐의가 짙다.
이것은 신용관 해경대장의 장은 추리와 비슷하다. 신 대장은 (1)공짜 짐이 많았거나 (2)이 배가 지난 11월27일 서귀포 방파제를 들이받은 일이 있어 선체 밑에 파손을 입었는데 그대로 운행하여 혹시 기관실에 물이 스며들어 기관이 정지하면서 전기가 꺼지고 짐이 쓸려 기운 것으로 추정했다.
감귤조합에 의하면 감귤출하기안 요즘 하루 평균 1만 상자가 나가고 있는데 지난 12, 13일의 풍랑으로 결항하여 이날 짐이 많았다는 것이다. 구조된 강정기씨는『이 배는 선창에 싣고 남은 짐을 1, 2등의 선실 복도와 갑판에까지 사람 키만큼 쌓았으며 성산포를 떠날 때부터 배가 약간 기울었고 바다에 나와 파도에 배가 흔들리자 크게 기울었다』고 말하고 있어 당초부터 위험스런 출항을 밝혀주고 있다.
갑판에는 보통 짐을 실을 수 없으나 교통부는 행정지시로「안전항해에 지장이 없는 한」 이란 조건으로 30cm 높이는 짐을 싣게 허가했는데, 이날 이를 어겨 너비 7·5m의 갑판에 약 2m 높이로 귤 상자를 쌓았다는 것이다.
이날 이 배의 선장은 강태수씨 이었으나 전에 선장이던 강삼정씨는 선주 측이 안전운행을 위협할 만큼 무리한 짐을 실을 것을 요구한데서 회사측과 싸우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당초부터 위험을 잉태한 운행을 당국이 묵인해 온 것도 밝혀지고 있다.
또한 이날 배가 기울어지고 전기가 나간 뒤 1시간 이상을 승객들이 공포에 떨며 아우성 쳤으나 마련된 안전장비를 하나도 활용하지 못한 점에도 문제점이 있다.
이 배에는 36인 승 구명정 2정, 12인용 구 명기 25개, 부환 4개, 구명 등이 3백21개가 있었으나 모두 짐에 깔리거나 창고에 넣어 꺼낼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살인행위를 저질렀음을 보였다.
또 교통부 부산해운당국이 남영호의 부산 도착시간이 예정보다 훨씬 늦었는데도 전혀 체크하지 않은 것도 직무유기의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사고는 엄연한 법이 있고 법은 안전을 위해 있는데도 이를 도외시하고 묵인한 행정부재에서 비롯된 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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