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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韓·美 공개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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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한미군 감축 등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미 간 쟁점에 대한 양국 국방 당국 간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방부는 27, 28일 이틀 동안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오는 4월 초에 첫 회의가 열릴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의 기본 틀을 짜기로 했다.

이 기본 틀에는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된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상호방위조약 개정,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동맹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의제로 정리돼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국방 당국 간 회의에서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올릴 의제는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일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물인 데다 용산기지 이전 등 최근의 현안과 맞물려 있어 시급히 양국의 입장을 조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최근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의 미군을 이동시켜 해.공군에 역점을 두고 일부 병력을 귀국시키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새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도 2001년 발표한 '정책보고서'에서 첨단정밀무기 체계의 개발을 토대로 미군의 세계군사전략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2사단을 우선 감축 대상으로 꼽았다.

이처럼 미측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를 희망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미2사단을 감축하면서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할 경우 유사시 미국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trip wire)이 없어져 수도권 안보가 급격히 약해진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만약 한.미가 미2사단 한강 이남 재배치에 합의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수정안을 새로운 의제로 올릴 수밖에 없다.

한.미는 지난해 미군기지 및 시설 중 4천1백14만평을 2011년까지 우리 정부에 반환하고, 정부는 대신 1백54만평을 미군에 신규 공여한다는 LPP에 합의했으나 LPP에 포함되지 않은 미2사단의 후방 이전이 추진되면 LPP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가 확정되면, 또 하나의 의제인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양국 간에 쉽게 조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양측은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고 규모와 이전 부지 문제만 남겨 놓았는데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대한 양국 입장이 정리되면 용산기지 이전은 그다지 어려움 없이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최근 거론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를 비롯해 군사전문가들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앞서 한국군의 독자적 전쟁수행과 정보수집 능력을 고양시켜야 한다"며 단계적 환수 방안을 희망하고 있어서다.

이 의제와 관련해 미측은 "협의를 할 수는 있으나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은 한.미 군사동맹의 틀을 완전히 변형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1953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은 양국 모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검토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통일 이후까지 내다본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관계를 재정립하면 의견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동맹을 균형잡히고 포괄적인 관계로 새로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국제법적 근거인 상호방위조약 개정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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