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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화한 불화…노총|8개 산별노조 중앙위보이코트 저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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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노총(위원장 최용수)이 두 조각으로 분열될 위기에 직면했다. 노총의 불화가 표면화한 것은 지난 1일 노총의 71년도 예산과 사업계획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중앙위원회위원인 16개 산별노조위원장 가운데 (중앙위원수는 18명)반수인 8개 위원장이 회의를「보이콧」한데서 비롯됐다. 새 위원장이 선출된 후 처음 열린 지난1일의 중앙위원회가 가까스로 유산을 면할 만큼 많은 위원이 불참한 것은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표시로 노총자체의「헤케모니」다툼이란 문제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한 총수 탑 격인 한국노총의 기능마비마저 우려된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지난1일 중앙위에 참석을 거부한 섬유·외기·금속·칠도· 화학·금융·부두·전매 등 8개의 산별노조위원장은 지난 위원장 선거에서 최용수씨와 맞섰던 전위원장 이찬혁씨 지지세력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10월 전국대의원대회 때 분열로 대의원을 파견하지 못했던 섬유와 외기 노조의 분열책임이 현 위원장인 최용수씨 계의 작용 때문이라고 주장, 이들 산별노조의 불화문제들이 원만히 수습되지 않는 한 현 집행부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 불참한 철도노조 위원장 오상규씨는 매월 조합원 1명이 4원씩 내는 조합비(맹비)납부거부를 집행부에 통고하고 은행에 예치시키는 등 강경한 불신태도를 보이고있어 과연 현 집행부가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을 더욱 굳게 하고 있다.
최 위원장 측은 이 같은 사태는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으레 있는 일」이며 산별노조의 분열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현실문제는 이들의 생각보다는 더한 심각성을 띠고 있다.
더 우기 철도노조의 조합비 납부거부를 다른7개 노조가 동조한다면 4백여 만 원의 빚을 지고 2개월 가까이 나 가 예산을 집행하고있는 노총의 현실과 반대파 8개 노조원이 전체 47만여 노조원의 절반이 넘는 27만 여명이나 되는 것에 비추어 재정적으로 큰 난관에 부딪칠 우려가 있는 것.
노송분규의 불씨는 지난4대 노총위원장 선거에서 대립했던 최용수씨 (현 위원장)와 이찬혁씨(전 위원장)의 오랜 세력조직대결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3대 위원장 선출 때도 백 중한 대결을 벌여 최씨가 1표 차로 패했었다.
세력다툼이 가장 두드러졌던 산별노조는 섬유와 외기 노조였다.
이 2개 노조는 이번 분규 때문에 10월16일 위원장을 선출하는 전국대의원대회에 대의원을 파견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최용수씨는 참석한 1백36명의 대의원 중 72표를 얻어 62표를 얻은 전 위원장 이 찬혁씨를 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는데 이씨 측은 이씨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섬유노조의 대의원 21명과 외기 노조대의원 4명이 참석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섬유노조의 분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데 까지 번졌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섬유노조(위원장 이춘선)대의원 21명은 위원장 선출 하루전인 지난 10월15일 집행부의 반대세력인 최씨 계의 재건회(회강 김영태)가 낸「70년도 정기 대의원대회 결의사항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이유 있다고 받아들임으로써 대회참가를 못했다.
섬유노조위원장 이춘선씨는 지난 8윌21일 32개지부중 조합비를 낸 비율로 74명의 대의원을 배정, 이중 44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의원 대회를 열고 전국대회에 파견할 21명의 대 위원을 선출했던 것.
재건 회 측은 조합비 징수실적에 따라 대의원을 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노동청에 이의를 신청, 노동청은 지난 10월12일 이를 기각했으나 가처분 신청을 받은 법원은 3일 후『이유가 있다』고 이를 받아들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겪어 이 결과로 대의원의 직권만 정지돼 있을 뿐 본 안 심리는 법원에 계류중이다.
외기 노조(위원장 이광조)는 집행부의 반대 세력인 강주원씨 등이 대의원 선출대회에서 퇴장함으로써 노총에 파견할 대 위원 선출을 하지도 못해 4명의 대의원을 파견하지 못했었다.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8개 산별 노조위원장들은 현 집행부가 이들 분규문제만 원만히 수습하면 협조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세력확장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외기 노조의 한 간부는『지금 와서 지난 10월 대의원대회를 문제삼자는 것이 아니다. 씨를 뿌린 자는 거두어야 함과 같이 산별 노조분규는 이를 생기게 한 현 집행부가 책임지고 해결해달라는 것만이 우리들의 주장이고 이것만이 문제해결의 열쇠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용주 노총위원장은『이해와 설득으로 머지않아 수습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 집행부 고위실무자는『산별노조의 분규는 스스로 해결하는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하여 분규가 표면상 수습이 되더라도 근원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 채 고질화할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여하간 근로자의 권익문제가 점차 크게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때에 근로자 자신들의 조직체인 노조의 불화는 그들의 대외투쟁의 약화를 초래하기 쉽고 그 결과 노조불신 론 마저 나올 가능성이 짙은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현봉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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