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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장터' 아웃도어 스왑밋 인기

미주중앙

입력

아웃도어 스왑밋인 `벨-에어 스왑밋`의 해 박 대표(왼쪽)가 11일 스왑밋 안을 둘러보다 부스를 차린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잘만 고르면 2~3달러에도 빈티지 티셔츠를 고를 수 있다. 말만 잘하면 1~2달러 깎아 신발 한켤레를 장만할 수도 있고 손때는 묻었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작은 중고 장난감을 50센트에 살수도 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곳(?)', 스왑밋(Swap Meet)이다. 한국에 5일장이 있다면 미국에는 아웃도어 스왑밋이 있다. 10달러 짜리 옷 한벌에 흥정이 오가고 딱히 내자리는 없지만 단골손님도 있다.

지난 11일 LA에서 동쪽으로 50마일 떨어져 있는 '벨-에어 스왑밋(Bel-air Swap Meet·대표 해박)'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벨에어 스왑밋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이면 하루 평균 5000명, 주말에는 하루 1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이 스왑밋을 찾는다. 고객들의 90% 이상은 히스패닉으로 입장료는 50센트다.

벨에어 스왑밋은 폰타나시내 35에이커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아웃도어 스왑밋이다. 수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주말까지 주 4일을 오픈한다. 스왑밋이 서는 날이면 공터같던 넓직한 평지에 675개의 부스들이 차려지고 수십개의 골목이 만들어 진다.

각 부스에는 주인이 있다. 30달러~60달러(요일과 위치별로 가격이 다르다)의 자리세를 내면 이날 하루 만큼은 이 매장(부스)의 사장이 되는 셈이다.

상인들의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다.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왑밋을 이용하는 히스패닉들이 많아 아웃도어 스왑밋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벨에어 스왑밋에서 장사를 하는 한인 수는 10~20명 정도. 많이 잡아도 3%가 채되지 않는다.

◆단골 손님있는 내 매장

벨에어 스왑밋의 터줏대감들은 역시 히스패닉이다. 벨에어 스왑밋이 오픈했을 때 부터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장사 해온 사람도 적지 않다. 오래된 상인들은 고정석을 가지고 있다.

벨에어와 시작을 같이했다는 라미레스씨 가족이 그렇다. 8세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스왑밋에 나오곤 했던 아셀라 라미레즈씨는 이제 네아이의 엄마다. 종종 부모를 돕기 위해 나오는데 이날도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를 돕기 위해 나왔다. 6살 막내 아들도 함께다.

라미네스씨네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스왑밋 내에서도 명단자리중 하나. 20여년전 아직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장사하는게 안타까워 보였던 박 대표가 좋은 자리를 배정해 준 것이 오늘까지 왔다. 라미네스씨는 "자리가 좋고 단골도 많아서 20여년간 양말 한 아이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왔다는 션 린씨는 스왑밋 장사만 24년 째다. 22년간 오렌지카운티 페어에서 장사를 하다가 지난해 벨에어 스왑밋으로 자리를 옮겼다. 린씨는 "오렌지카운티 페어의 주고객층은 백인들인데 그들은 쇼핑몰을 가거나 온라인에서 쇼핑을 즐긴다. 하지만 히스패닉들은 여전히 스왑밋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발을 팔고 있지만 예전에는 자기가 직접 개발한 킥보드를 팔기도 했다.

◆스왑밋에는 은퇴가 없다

"내 밥줄은 내가 쥐고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요."

스왑밋에서 장사를 한지 5년 됐다는 헬림 김(가명)씨는 이틀 낮은 벨에어 스왑밋에서, 나흘 저녁은 샌버나디노에 있는 프로 스왑밋에서 장사를 한다. 이민온 지 30년. 2007년 불어닥친 불경기에 매장도 접고 제너럴 컨트렉터로 일하던 남편 사업도 기울면서 스왑밋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취직을 해보려고 이력서도 보내봤다. 하지만 50세가 넘은 나를 받아주는데가 어디에도 없었다"며 "스왑밋은 몸은 힘들지만 내 비즈니스니 누구한테 짤릴 걱정은 안해도 되고 부지런히 일하는 만큼 계속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제이슨 손(40)씨는 친한 형과 함께 3개월 전 장사를 시작했다. 손씨는 "형은 옷가게를 하다가 나는 식당을 하다가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고 함께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며 "좋은 자리를 얻어서인지 장사가 나쁘지 않아 자리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씨에 따르면 하루 매출은 500~800달러 정도.

손씨는 "스왑밋에서 장사를 하는데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잉이다. 유행에 맞춰 상품을 잘골라야 한다. 물론 자리도 중요하다. 처음 안좋은 자리를 잡았을때는 하루 200달러 정도를 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왑밋에서 장사의 장점은 가능성 있는 고객들을 많이 만날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스왑밋이 좋은 건 매장에서 처럼 그저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스왑밋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물론 1~2개월만에 손들고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왑밋 장사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20년간 스왑밋에서 장사를 했다는 고상만(63)씨는 "처음부터 큰 돈을 벌려고 한다면 이곳에 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스왑밋 장사를 택한 사람에게도 큰 투자금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이상훈씨는 젊은 시절 인도어 스왑밋을 직접 운영까지 했었지만 지금은 스팟 하나를 빌려 장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스왑밋 장사는 매일 천막을 치고 물건을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때문에 육체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욕심내지 않고 하면 은퇴하고 소일거리로 하기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들면 써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스왑밋에서는 일할 수 있다. 집에서 TV나 보는 것보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서 지내는게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폰태나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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