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군기의 보복 북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8년11월1일 「존슨」전 미국대통령이 전면 단폭을 선언했을 때, 적어도 두 가지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고 하겠다. 즉 그 하나는 미국의 전면 단폭조치가 월남전의 평화적 해결을 진전시키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다른 또 하나는 전면단폭이 미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면단폭선언 전문에서 이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리」회담은 여전히 답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월맹전은 월남에 대해서만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등에서 계속 공세를 취하고있다.
미국은 단폭에 그치지 않고 주월 미군을 대폭 감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월맹은 그의 전투행위를 축소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엔호아」기지에 대한 포격을 비롯해서, 「트롤」선 격침사건(21일)에서도 나타난바와 같이 그들은 월남에 있는 공산군에 대하여 새로운 군수물자보급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1일과 22일 약2백50대의 미 전폭기들은 두 차례에 걸쳐 북폭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어드」미 국방장관은 미군기들의 이번 북폭은 지난 13일 비무장 RF-4 정찰기가 월맹군에 의해 격추된 보복폭격으로 미국장병의 인명보호를 위해 취해진 「시한적 보호폭격」임을 밝혔다. 또한 「레어드」장관은 68년 11월 1일의 단폭발표에 『미군정찰기에 대해 월맹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묵계가 있었음을 말했다.
미군기들은 6개월 전인 지난 5월1일과 2일에도 같은 이유에서 북폭을 단행한바 있었다. 따라서 이번 북폭을 새삼 놀라운 것도 아니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북폭은 단순한 시한적 보호폭격 이라는 의의에 그치지 않고 미군의 전반적 전략·전술면과 정치적인 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졌음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레어드」장관이 23일 밝힌 것을 보면, 미국은 이번 북폭시에 미군특공대를 월맹에 투입, 미군포로의 구출작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음을 아울러 공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북폭과 동 포로구출작전과의 연관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번 북폭은 미국이 사태 여하에 따라서는 지체없이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결의와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협정이나 약속을 떡먹듯이 유린하는 공산군에 대하여 강타를 가한다는 전략 전술상의 필요에서만이 아니라 나아가서는 월남국민이나 동남아국민의 전반적 사기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큰 것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상 미국은 월남에 주둔하는 미군을 일방적으로 대폭 감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전역에 걸쳐서 이른바 「닉슨·독트린」을 점차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데 이에 반하여 공산측은 그것을 역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월남국민만이 아니라, 「아시아」국민들은 적지 않게 의아해 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북폭은 그런 저의를 어느 정도 불식해주는 효과도 노릴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북폭에 대한미국내의 여론을 다시금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 특히 미 국회내 일부의 동향을 보면, 이번 북폭을 가리켜 오히려 『전쟁을 연장하는 결과』라고 매우 비관시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번 북폭이 전쟁을 단축시기는데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작용할 것인가는 미지수에 속한다. 그러나 「워싱턴」정계의 움직임을 눈치 빠르게 계산하고 항전을 거듭하고 있는 월맹으로 볼 때, 전기한 미 국회내 일부의 동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빤한 것이다.
이번 북폭과 더불어 월남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서는 다름 아닌 미 국회와 미국여론 전체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