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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 한국 레슬링 세계를 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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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류한수(왼쪽)가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레슬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러시아의 베카-이슬람 알비예프를 들어올리고 있다. 류한수가 5-3으로 승리해 금메달을 따냈다. 그레코로만형 74㎏급 결승전에서는 김현우가 우승했다. [부다페스트 AP=뉴시스]

벼랑 끝 위기에 몰린 한국 레슬링 대표팀이 정상에 우뚝 섰다.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4년 만에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김현우(25·삼성생명)는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국제레슬링연맹(FILA)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74㎏급 결승전에서 로만 블라소프(러시아)를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66㎏급에서 우승한 김현우는 1년 만에 한 체급 올려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올해 첫 태극마크를 단 류한수(25·상무)도 같은 날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베카-이슬람 알비예프(러시아)를 5-3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레슬링은 1999년 열린 이 대회에서 김우용(자유형 54㎏)·김인섭(그레코로만형 58㎏)·손상필(그레코로만형 68㎏)이 금메달을 딴 뒤 14년 동안 침묵했다. 김학열 대한레슬링협회 사무국장은 “선수 생명을 걸고 이 대회를 준비한 게 효과가 있었다. 레슬링이 위기에 처하자 숨어 있는 힘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레슬링은 올해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올림픽 퇴출 통보에 많은 선수가 의욕을 잃어 훈련 성과가 줄었다. 레슬링을 아예 그만두는 유소년 유망주도 줄을 이었다. 김현우 외에 이렇다 할 스타가 없어 고민도 컸다. 설상가상,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약 300억원을 투자한 삼성이 협회에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악재가 쓰나미처럼 덮쳤다.

 대표팀은 위기 극복을 위해 16일 개막하는 대회 일정보다 2주 이른 지난 4일 부다페스트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시차 적응과 현지 훈련을 통해 기필코 금메달을 따서 한국 레슬링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정신력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다. 지난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레슬링의 올림픽 잔류가 결정되는 순간에도 대표팀은 묵묵히 훈련에 집중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2·은1·동1을 수확한 대표팀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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