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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런던·셰익스피어·그룹」 내한에 붙여-김갑순<이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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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리스의 「아이스큐로스」 이래 수많은 희곡작가가 탄생했고 수많은 희곡이 씌어졌지만 셰익스피어를 능가할만한 작가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시나 소설이나 수필은 읽기 위한 문학형태지만 희곡은 읽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무대를 필수조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읽어서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무대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면 완전한 희곡으로서의 행세를 못한 셈이 된다.
이러한 양면적인 목적을 갖기 때문에 좋은 희곡작가는 동시에 우수한 연극인이다. 또한 우수한 작품은 문학작품으로서 읽어서도 좋고 무대 위에서 보아서도 좋은 것이여야 한다. 그러기에 역사적으로 위대한 희곡작품들은 문학작품의 구실과 연극의 구실을 동시에 완전히 한 것들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그 두 가지 목적을 완전히 하는데 있어 그 어느 작가의 작품도 따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위대성을 인정해주는 그 첫째 이유라고 하겠다.
다음은 그 형태에 있어서 희극과 비극과 비희극·역사극을 다함께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도대체 다양하다는 특징은 형태나 종류에서만은 아니다. 사건에 있어 인간세계 구석구석, 손대지 않은 문제가 없고 인물에 있어서도 다루어지지 않은 성격이나 인격이 없다는 점 또한 누구도 따르지 못한다.
가장 못나고도 악한 「콜로튼」(『심벨린』의 인물)이 있는가하면 가장 지혜롭고 선량한 「프로스페로」가 있고 가장 달콤하고도 정열적인 연인들 「로미오」와 「줄리에트」가 있는가하면 야심의 화신 「맥베드」부처가 있다. 무궁무진한 인물묘사, 아니 인물묘사는 우리들이 일생동안 만나는 사람들 보다 더 많은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각양의 사람들을 그의 작품 속에서 접할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의 알려진 비극들-『햄리트』 『리어왕』 『맥베드』등-이나 알려진 희극들-『십이야』 『베니스의 상인』-등만을 읽는다.
그러나 소위 「마이너」극이라고들 생각하는 희곡들-『코리올레너스』 『심벨린』 『겨울이야기』같은-도 읽어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된다. 비록 짜임새가 주요극들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나 사건과 인물의 다양함은 오히려 「마이너」극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작품전부를 읽어봐야 그의 위대성을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무궁무진한 보물이 묻혀있는 보물섬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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