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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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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시의 미는 인공미와 자연미와 「하머니」에 있다. 자연미의 대표는 가로수를 빼놓을 수 없다. 파리 의 「마로니에」, 베를린의 「린덴」, 워싱턴의 「니레」….
도시가 콘크리트의 정글처럼 되어 갈수록 자연에의 향수도 깊어진다. 한 송이의 꽃, 한 잎의 낙엽, 한 마리의 새는 모두 도시인의 눈을 끈다.
영국 작가 「올더스·헉슬리」는 이런 질문을 받은 일이 있었다. 『당신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장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헉슬리」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아, 나는 잘 모릅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기름진 흙의 냄새. 수목의 아름다움, 새의 노래 소리, 꽃의 향기를 모르는 아이들의 장래가 어떤 것인지…. 「아스팔트·차일드」(아스팔트 위에서 노는 아이)들의 앞날을 나는 예측조차 할 수 없군요.』
파리의 가로수는 장장 3백㎞에 걸쳐 병립해 있다. 무려 8만6천 그루의 나무들이 고풍의 이 도시를 감싸준다. 지난 10년 동안 파리의 마로니에에는 알 수 없는 병을 무려 2천 그루가 고사했다. 먼지와 연기와 자동차 배기「개스」때문 일 것이다.
마로니에는 프랑스의 대원 예가 「르노드르」가 17세기초에 개량한 나무이다. 유럽의 기후에 맞는 이 수목은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다. 지난해 파리의 학생 소요 때 여대생들이 마론(「마로니에 열매)을 던지며 「데모」를 하는 풍경은 미소를 짓게 했었다. 그러나 마로니에는 배당 개스에 약해 현대의 가로수로는 적합치 않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하는가 보다.
서울의 플라타너스는 일본을 통해 유럽에서 들여온 것이다. 한 여름에 잎사귀가 우거지면 서울 원남동과 같은 경우는 녹색의 터널을 이루어 자못 시정마저 자아낸다. 그러나 이 나무 역시 근년엔 도시 공해에 견디지 못해 주접스러운 몰골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나방의 피해를 제일 많이 입은 나무도 바로 이 플라타너스인 것 같다. 게다가 그로테스크한 벌레들이 가로수 밑에 우물우물 기어가는 모습은 시민의 얼굴을 이그러지게 했었다. 그뿐 아니라 6·25 동란의 화상을 입은 나무들까지 있고 보면 가로수의 정취는 찾을 길이 없다.
서울시 당국은 오는 71년부터 가로수 가꾸기 계획을 세워 무려 4만3천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을 작정이라고 한다. 수종도 지금의 나무들을 바꾸어 은행나무·수양버들·벚나무로 정리한다.
은행나무의 경우는 여름의 녹음도 시원하고, 가을의 단풍도 정취에 넘친다. 다만 수양버들 같은 여성적인 나무가 현대 도시의 면모와 조화가 될지는 의문이다. 당국은 이 기회에 서울의 인상을 깊게 하는 자연에의 초대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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