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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4만5000달러 알부자 그 원동력은 혁신과 창조적 파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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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호 01면

오스트리아 최고의 예술가가 재탄생시킨 스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오스트리아 창조경제의 상징이다.

모차르트, 영세중립국, 사운드 오브 뮤직…. 유럽의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를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목가적인 이미지들이다. 세계사에 밝은 이는 ‘한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통치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적통’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특별기획 강소부국 오스트리아에서 배운다

그러나 이 나라가 도시국가 룩셈부르크를 빼면 유럽연합(EU) 28개국 중 최고의 부국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2012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4598달러다. 경제대국 독일(4만901달러)보다 높고 주변 나라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안정, 사회보장 및 고용률 면에서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어느 회원국보다 훌륭하다. 학술·문화·예술 분야에선 노벨상 수상자가 20명이나 돼 인구당 세계 랭킹 5위다.

한국 사회에선 그간 스웨덴·핀란드 같은 북유럽 모델 또는 독일·영국 같은 서유럽 모델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다양한 경제 여건과 역사적 전통을 고려할 때 ‘오스트리아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스트리아가 발전을 거듭해온 배경엔 무엇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경제발전의 근본임을 설파한 건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슘페터였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인구 840만 명의 소국임에도 ‘혁신 능력(innovation capacity)’ 분야에서 9위를 차지했다. 훨씬 경제규모가 큰 영국·프랑스 를 앞섰다.

오스트리아 경제의 또 다른 강점은 직원 2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GDP의 97% 이상을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은 규모·자금력에서 밀리지만 기술·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혁신과 창조정신으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앞세워 각 분야의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 덕에 프랑스·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목격되는 격렬한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에선 양대 정당인 국민당(보수)과 사민당(진보)이 평화적 정권교체와 대연정을 이어왔다. 주변국들이 부러워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런 측면에서 오스트리아 모델은 ‘중도통합형 모델’ ‘제3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조현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이와 관련, “정치권의 대타협, 노사정 간의 사회적 파트너십,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복지제도 등이 지금의 오스트리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오스트리아만큼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준거의 틀이 되고 교훈이 될 만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경우 우리가 본받기에는 너무 진보적으로 앞서나가 있고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비슷하면서도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벤치마킹 모델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는 여러모로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데다 유럽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민주화 시기가 늦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 풍토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에 의해 분할 통치됐으며 심각한 공산화 위기를 넘겼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이 나라가 2차 대전의 잿더미에서 놀랄 만한 속도로 강소부국의 꿈을 실현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새 성장 둔화와 복지 확대, 이념 대립 등 수많은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제도와 관행, 문제해결 방식 및 정책 사례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관계기사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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