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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정과 어린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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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린이 회관 개관과 함께 상담실을 맡아 온지 석 달이 되었다. 그 동안 상담실을 찾아주신 8백 여명의 어머니들을 만나 많은 어린이들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왔다.「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귀여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케이스」도 있었고 어머니들의 지나친 관심이 만들어낸「문제 아닌 문제」도 많았다. 그러나 먼 상담실까지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안타까운 어머니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80%이상은 심각한 「케이스」들 이었다.
가장 많았던 것이 지체아 문제였다. 그렇게 귀엽고 건강하던 아이가 웬일인지 점점 자라면서 성격과 행동, 그리고 지능면에서 엄마가 이해 할 수 없는 특징을 나타내고, 불안과 고민에 시달리던 엄마는 아이에 대해 측은한 마음과 함께 증오심까지 갖게 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현상은 어린이들이 유치원이나 국민학교에 들어가 어떤 집단에 섞이게 될 때 적응을 못하므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찾아온 자모들 중에는 국민학교 2학년에서 벌써 휴학하지 않을 수 없었던 「케이스」도 있었다.
저능아가 되는 원인을 구명한 것으로는 여러 가지 학설들이 있는데 대개 부모에게 유전적 요소가 있을 때, 피임약에 의한 침해를 받았을 때, 방사성 원소에 의해 태아의 세포에 이상이 생겼을 때, 산모가 복용한 자극성이 강한 약물이나 항생물질의 영향을 받았을 때, 풍진·유행성 간염 등「월스」질환이 발생했을 때, 분만 시에 장애가 있었을 때, 그리고 출생 후 뇌막염이나 외상을 입었을 때 등등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많은 이유들 중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고 얼마든지 노력해서 피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지체 아를 둔 자모들과 얘기하는 도중에 나는 임신중의 부주의, 또는 분만시의 장애가 어린이의 지능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고 추측되는 많은「케이스」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산모의 무지,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의 실수가 한 생명의 일생을 그렇게 불행하게 만들었다면 그 엄청난 책임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자 보건 상담실 제도가 하루 바삐 우리 나라에도 이루어져 이 나라의 장래를 떠맡을 2세를 가진 어머니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태아의 건강, 모체의 건강, 그리고 산모의 상태에서 가장 안전한 분만 방법을 모자 보건 상담실의 전문의들이 친절하게 일러주고 분만 비를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면 불행한 어린이들의 수는 훨씬 줄어 들것이다.
일찌기 주자는 태교 십계론을 역설하였지만, 나는 태교란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생명의 존엄에 대한 자각은 임신중의 섭생과 출산과정의 모든 것을 조심스럽고 과학적이며 실수 없이 이끌어 줄 것이다. 김관백<어린이회관 상담실 「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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