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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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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 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오는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 내년 시행 예정이던 4대 중증질환 관련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등의 보장 강화 시기도 연내로 앞당겨져 시행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의료비 걱정이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7월 박근혜정부는 암·심혈관·뇌혈관·희귀질환 같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4대 중증질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은 지금보다 64%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이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4대 중증질환만 놓고 보면 건강보험의 보장률도 8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높아진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약 9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우선 MRI와 같이 그동안 재정이 넉넉지 않아 보험 혜택을 제공받지 못했던 항목들에도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된다. 그간 심장질환자들에게 MRI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심근증, 선천성 심질환, 크론병 등의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계획이다. 고가 항암제와 같이 효과에 비해 너무 비싸지만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것들도 건강보험을 적용받기로 돼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비급여’ 진료비가 더 크게 늘어나 결국 환자 부담이 줄지 않았던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나온 대책이다. 따라서 미용이나 성형과 같이 명확히 건강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효과가 불명확하거나 너무 비싼 검사와 수술 등도 조건부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대신 환자의 진료비 부담 비율을 50~80%까지 높였다. 과거처럼 ‘비급여’ 진료가 팽창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여러모로 건강보험의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같은 보장성 강화 대책에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포함한 이른바 ‘3대 비급여’ 대책이 빠져 있다. ‘3대 비급여’ 대책 없이는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가 내놓겠다고 하니 일단은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을 늘리는 방식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4대 중증질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 중에서 고액 진료비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음 정부에서 이 같은 보장성 강화 대책을 모든 질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니 당장은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 갈 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또 병·의원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번에 나온 보장성 강화 대책이 자칫 비급여 진료비 수입을 많이 감소시킬지도 모른다는 게 의료현장을 지키는 병·의원들의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선 관련 당사자들 모두의 소통과 타협이 필수적이다. 국민·의료계·정부가 손을 맞잡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의료 빈곤층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길이다.

김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