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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라도사람 경상도사람 함경도사람 등 각 지방 사람들은 날씨, 산물·기호에 따라 각각 다른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 여러 지방 김치들 중에는 다른 지방의 사람들 구미에도 썩 잘 맞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이「팔도김치 시리즈」는 여러분 가정의 김치 메뉴를 더욱 다채롭게 하기 위해 시식용으로 마련된 것이다.
서울 개성등 유서 깊은 고향을 끼고 한반도의 중간 기후 속에 있는 경기도는 품위있고 담담하고 그러면서 까다로운 김치맛을 지니고 있다. 김치중의 꽃이랄 수 있는 개성의 보쌈김치, 감칠맛 도는 서울의 장김치, 깔끔한 백김치 등은 이 지방 김치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다.
1월중 서울지방의 평균기온은 영하 4.9도로 부산의 영하 1.8도, 중강진의 영하 20.8도와는 7도∼15도의 기온 차를 갖는다. 따라서 심심하게 담가놓으면 찡하도록 시원한 맛으로 익는 북도 김치나 짜고 자극성 있게 버무리는 남도김치와는 다른 방법의 김장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지방사람들이『단작스럽다』고 흉을 볼만큼 섬세한 자료의 배합으로 아기자기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다. 간도 세지 않고 양념도 지나치지 않고 젓갈도 새우젓이나 조기젓 정도만을 쓰면서 담담한 속의 맛을 찾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경기도식 김치는 가장 담그기 힘든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개성이 고향인 요리연구가 왕준련씨는 개성의 보쌈김치와 백보쌈을 비롯, 장김치와 석박지 등 경기지방의 김치 담그는 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해 준다.

<백보쌈김치>
보쌈에 고춧가루 대신 실고추만을 써서 담그는 김치로 흰배추와 붉고 푸른 자료들이 어울려 상에서 잎사귀보를 확 풀면 꽃밭처럼 화려해진다.
재료(5인 가족)=배추중 5포기, 무본종 3개, 새우젓국이나 멸치젓국 다린 것 2컵, 마늘 3통, 생강 1뿌리, 큰파 3줄기, 미나리 1단, 배 1개, 감 1개, 당근 반개, 밤 5개, 대추 3개, 잣 큰술1, 절임용 호렴 2컵, 양념용 백소금 반컵, 갓 2백g, 실고추 5g, 석이 2g, 낙지나 굴 조금, 쇠고기(우둔으로) 3백g.
담그는 법=①배추를 두쪽으로 잘라 소금물에 12∼15시간 절인 후 뿌리부분에서부터 5∼6㎝길이로 2∼3토막 잘라놓는다. ②잘라낸 반원 줄기를 배추모양대로 동그랗게 맞춰 그릇에 차곡차곡 담고 젓국을 부어놓는다. ③무는 4㎜ 사방으로 썰어 역시 젓국에 절여 넣고 배·감·밤등 나머지 자료는 각기 잘고 모양있게 쓸어놓는다. ④쇠고기에 물을 넉넉히 붓고 삶아 고기는 꺼내 얇게 썰고 국물은 기름을 걷은 후 식혀 놓는다. ⑤대접에 줄기를 잘라내고 남은 배추의 잎부분을 4, 5장 편 후 그 위에 동그랗게 배추모양대로 줄기를 세우고 각종 자료와 양념을 보기 좋게 사이사이에 끼운다. ⑥위에도 남은 자료를 얹은 후 잎사귀를 덮어 꼭 싸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⑦육수와 배추를 절였던 젓국을 섞어 항아리에 붓는다.

<장김치>
명절이나 잔치 때가 아니더라도 가족들의 입맛을 산뜻하게 해주기 위해 자주 담가 먹으면 좋다. 자료와 분량은 보쌈과 같고 여기에 설탕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국물을 부어 익힌다. 고춧가루 대신 실고추를 쓴다.

<석박지>
김장전에 지렴김치로 담가 먹기도 하고 김장때 남은 무와 배추를 버무려 담그기도 한다. 무와 배추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마늘·파·생강·굴·배·밤을 넣고 날새우젓국이나 조기젓을 넣어 버무린다.

<백김치>
늘 매운 김치만 먹다보면 생야채에 가까운 산뜻한 다른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때 먹을 수 있는 것이 백김치다.
재료(5인 가족)=배추중 10포기, 무본종 5개, 파 1단, 미나리 1단, 배 1개, 감 1개, 당근 1개, 밤 10개, 대추 6개, 실고추 10g, 석이 4g, 절임용 호렴 4컵, 양념용 백소금 10컵, 생새우 5백g.
담그는 법=①배추는 통째로 12∼15시간동안 절여 씻어 놓는다. ②배·감·미나리 등 온갖 자료들을 백보쌈 만들 때처럼 작고 예쁘게 썬다. ③생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소금을 뿌렸다가 끓는 물에 삶아내고 국물은 식혀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놓는다. ④배추사이에 여러 가지 자료들을 색스럽게 넣고 배추 잎으로 푹 싸서 묶는다. ⑤무는 4절로 큼직큼직 썰어놓는다. ⑥항아리에 배추 한켜 무 한켜씩 담고 새우 삶은 물을 부은 후 꼭 봉해놓고 익힌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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