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송편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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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내일이면 한가위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이 즐거운 이유는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모여서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명절 음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가위 음식의 대표주자는 바로 송편. 송편 만드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글이 있다.

 “쌀을 깨끗이 불린 다음, 불린 쌀을 체에 받쳐 10분 정도 물기를 빼 준다. 체에 받혀 두었던 쌀을 곱게 빻아 소금과 함께 체에 내려 따뜻한 물을 부어 반죽한다. 깨·밤 등의 소를 넣어 빚은 송편을 찜통에 앉혀 쪄 내면 된다.”

 여기에는 ‘받쳐’ ‘받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어느 게 맞는 것일까?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 데 쓰는 체를 사용할 때 위에서처럼 “체에 받쳐 놓다” 혹은 “체에 받혀 놓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체를 이용해 거르는 행동을 나타내는 단어는 ‘밭다’이므로 둘 다 틀린 말이다. ‘밭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 ‘-치-’가 붙으면 ‘밭치다’가 된다. 그러므로 ‘받쳐’와 ‘받혀’는 ‘밭쳐’로 고쳐야 한다.

 ‘밭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지 않다 보니 이처럼 받침을 정확하게 적지 못하고 ‘받치다’ 또는 ‘받히다’로 쓰기 십상이다. “불린 쌀을 체에 밭쳐 10분 정도 물기를 빼 준다”와 같이 ‘밭쳐’로 쓰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받치다’는 “쟁반에 커피를 받치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왔다”에서와 같이 ‘어떤 물건의 밑에 다른 물체를 올리거나 대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받히다’는 ‘받다’의 피동사로 “김모씨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다 달려오는 차에 받혀 크게 다쳤다”에서처럼 ‘세차게 부딪치게 되다’는 뜻으로 쓰인다.

 예문의 ‘송편을 찜통에 앉혀 쪄 내면 된다’에서 ‘앉혀’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밥·떡·구이·찌개 등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솥이나 냄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는 행동을 나타낼 때는 ‘안치다’를 써야 한다. 따라서 ‘앉쳐’ ‘앉혀’ ‘안혀’는 모두 잘못된 표현으로 ‘안쳐’라고 해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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