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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가에 돈 바람|중간선거 앞둔 정치자금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선거 때가 되면 바늘에 실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돈 문제, 미국도 이 철칙의 예외는 아닌 듯, 이번 중간선거를 치르면 서는 거물급 정치인들의 『돈 스캔들』이 파헤쳐져 말썽이 되고 있다.
마이크.·맨스필드·휴·스코트 등 양당의 상원 원내총무를 필두로 상원의원 입후보자의 거의 모두가 관련된 이번 스캔들은 『법의 헛점을 고의적으로 악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꼬리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워싱턴특례 규정악용>
『법의 헛점』이란 미국의 모든 주가 선거자금의 기부자와 용도를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도 워싱턴만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대목.
따라서 『주기는 해야겠지만 이름 밝혀지는 것이 싫은』기부자와『쓰기는 해야겠는데 용도에 냄새가나는』 입후보자들이 워싱턴을 『경리장소로 이용했다는 것. 보통 아무개씨 수도사무실로 불리는 이들 자금접수처는 철저한 비밀 장막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있는지조차도 모른다고.
그러나 전문가들이 내놓은 견적 서에 의하면 이번 선거기간에 이들이 거둬들인 돈은 아주 줄잡아서 1백만 달러 이상. 여기에다『진짜 비밀에 싸인』기부금까지 합치면 열 배로 불어날 것이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입후보자가 수도사무실을 차린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돈이 쏟아져들어 오는 것은 아니다. 양당원내총무이며 이미 당선을 굳혀놓은 맨스필드와 스코트 등의 사무실이 개점 당일에 5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데 반해 풋내기 정치인들은 2∼3개의 사무실을 차려놓고도 파리만 날렸다는 실정이다.

<혼자 네 접수처 두기도>
이러한 현상은 돈을 내놓는 쪽이 결코『그냥 도와주기 위해』기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제네럴·모터스등 대기업과 노조 및 각종이권단체의 로비스트들이 바로 기부자 인만큼 어쩌면 기부 액이 의원의 영향력에『정확히 정비례』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입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무실을 두고있는 사람은 버몬트주에서 출마한 프라우티(공화).무려4개의 접수처를 차려놓고『보기에도 딱할 만큼』안달을 하고있지만 버몬트 주지사 출신의 호프(민주). 가 우세를 보이기 때문인지 성적은 형편없었다고.
이에 비해 험프리 머스키 등 72년도 대통령 후보 감과 상원노동위원장자리가 확실시되는 윌미엄즈, 그밖에 맨스필드와 스코트 등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뤄 좋은 대조를 보이고있었다. 특히 72년 대통령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 감으로 지목되는 머스키 의원(민주)의 경우는 10월중의 공식집계만도 16만3천 달러를 기록, 5만 달러 선에서 머무르고있는 험프리 맨스필드를 단연 압도했다.

<노조들의 기부금 많고>
이런 식으로 접수되는 자금이『약간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그 가운데는『본격적인 수뢰』도 있어서 선거분위기에 먹칠을 하곤 한다. 예컨대 모회사로부터 2만4천5백 달러를 받았다가 수뢰 혐의로 기소되었던 대니얼·브루스터 전 상원의원도 바로 이 수도사무실에서 이 돈을 받았던 것.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공통된 견해로는 브루스터 사건의 돈이나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인 돈이나 그저『오십보백보』의 차이라는 것. 말하자면『어쩌다가 운수 사납게 말썽이 되었을 뿐』이라는 얘기이다.
알듯 모를 듯한 이러한 풀이는 지금까지 정가의 참새들이 비교적 정확히 조사한 해리슨·윌리엄즈의 수인명세를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의 수입의 대부분이 노조로부터 들어오는 것은 다음 상원노동위원장자리가 굳어졌기 때문이라지 만 제강노조·철도사무원노조·조선노조 등이 제각기 5천 달러씩을 기탁한 것은 『아무래도 심했다』는 쑥덕공론이다. 한결같이『5천 달러 정』으로 된 것은 현행법이 그이상의기부를 금지하기 때문. 그러나 실제 주고받는 돈은 5천 달러 플러스알파이며 아마도 이 알파라는 배꼽이 배(5천 달러) 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악습시정엔 애로 많아>
이러한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워싱턴 시의 특례를 없애자는 얘기가 상당히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그 실현은『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고. 그도 그럴 것이 특례의 그늘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는 당사자가 바로 철폐의 칼자루를 쥐고있는 입법부의 유력자들이니 누가 선뜻 나서겠느냐는 얘기이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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