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 통상마찰 빌미 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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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수산청의 국장급 간부가 오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외교부 등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난 9일 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후 일본 정부 당국자가 우리나라의 당국자를 만나러 직접 방한 길에 나선 것이다. 일본 수산청 간부의 방한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항의와 함께 조치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일본 정부 관리의 항의 방문이 앞으로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한·일 양국 간 통상마찰이나 무역분쟁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당초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유출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민 건강보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수산업을 보호하거나 과도한 일본 수산물 수입을 막기 위한 통상 정책상의 조치가 아니란 얘기다. 한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전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위험성이 크다고 간주되는 후쿠시마현 주변 8개 현만으로 수입금지 대상을 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즉각 통상분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일본 정부로서도 원전 오염수 문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나온 주변국의 수입금지 조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 직후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은 “(한국이) 과학적 근거에 따라 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통상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의 문제’로 풀면 그만이다. 한국 정부는 조치의 근거로 삼은 과학적 이유를 일본 정부에 소상히 설명하고, 일본 측도 원전 오염수 사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대책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지나친 추측과 감정의 개입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