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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되고 싶다고? 잠자는 우뇌를 깨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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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러스트 강일구]

이매진
조나 레러 지음
김미선 옮김, 21세기북스
328쪽, 1만6000원

이번 주 최고의 화제는 애플이 1년 만에 출시하는 새로운 모델의 아이폰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라는 혁신가의 부재를 실감하며 아쉬워한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안해 지금 우리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하지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정부와 기업들은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수백 년간 많은 전문가가 창조적인 상상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했지만 아직도 확실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과연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재능이 자본의 투입과 시스템의 개선으로 단기간에, 원하는 만큼 계발될 수 있는 것일까.

 저자 조나 레러는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영향력 있는 IT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기자이다. 그는 ‘누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학적 연구와 사례 발굴, 분석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해 과감한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지은이는 구체적으로 ‘상상력이 찰나에 통찰의 원천이 되는 프로세스’를 뇌과학 관점에서 실증적인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을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회의 다양한 촉매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상상력은 막다른 골목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찰나의 시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로 작용한다. 부력의 원리를 욕조 안에서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사과나무 아래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이러한 통찰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해결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생성되는 것일까.

 그동안 뇌과학은 논리적인 추론을 담당하는 좌반구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했다. 심리학자인 스쿨러 교수는 “보통 좌뇌는 논리적으로 형성된 패턴을 연상하는 반면 우뇌는 공상을 하거나, 인지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적은 관념들 사이에서 숨겨진 연관성을 찾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들은 생활에서 객관적인 추론 방식을 담당하는 좌뇌의 역할을 우뇌보다 더 중시해 왔다.

 하지만 미국 과학자 비먼은 “정해져 있는 답이 없는 문제 상황에 직면한 경우, 우리가 필요한 상상력은 바로 우뇌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좌뇌가 문제 해결을 위한 매뉴얼을 조회하다가 답을 못 찾고 한계에 직면할 때, 우뇌는 마치 건초더미에서 절실하게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새롭고 틀에 박히지 않은 관념을 탐색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할 때 우리는 불현듯 통찰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먼은 문제의 답이 실험자의 의식 속으로 분출되기 약 0.03초 전, 뇌세포들이 힘을 하나로 모을 때 발생하는 감마파가 우뇌에서 솟구치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렇다면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촉매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정신적 유연성’과 ‘집단 창의성’이란 개념을 내세운다. 정신적 유연성이란 “우리의 사고에 쇠고랑을 채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자유롭게 여행을 할 때 비로소 샛길처럼 숨겨져 있던 아이디어를 자각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심리학자인 라일 지아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거주지인 인디애나와 해외 국가인 그리스에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을 나열하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은 대상지역이 그들이 가보지 못한 지역에서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미지의 곳에서 새로운 지적 호기심이 약동한 것이다.

 집단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출발한 상상력 사이의 틈새에 다리를 놓아 사고를 더욱 진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학자 브라이언 우지는 이러한 집단 창의적인 사고를 계량화하기 위해 Q라는 수치를 개발했다. Q의 수준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친밀도와 비례한다.

 그는 Q의 계량 모델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인정받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적용해 매우 높은 수준의 Q를 측정했다. 여러 구성원의 상상력이 자유롭게 교류되고 하나로 융합돼 팀워크로 승화된 사례다.

 창의력이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경험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재료를 재결해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 또한 기존의 MP3·PDA·휴대폰에서 숨겨진 연관성을 발견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참신한 상상력을 갖춘 국내 인재들이 ‘포스트 스마트폰’ 경쟁의 주도권을 어떻게 가져올 지 궁금해진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심수민
미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현재 KT경제 경영연구소에서 디지털 디바이스, 모바일 결제, 플랫폼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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