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22)애도! 마흔 다섯 어린 생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참하다는 말로도 슬프다는 말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이 처참하고도 부끄러운 사건. 45명의 어린 생명을 한 순간에 불태워버린 경서중학생들의 건널목 참사사건! 그들은 이 아름다운 조국의 가을하늘 아래 마음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그 건널목을 건너다 한순간에 무참한 시신으로 화해버린 것이다. 그 아들들의 어머니의 마음으로는 땅을 치고 하늘에 외쳐보아도 다할 수 없는 슬픔이거니와 한 걸음 물러서서 한 사회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도 이번 일은 너무나 어이없고 분통함을 참을 길이 없다.
신문이나 TV에서 이미 그 원인을 분석한대로 나는 운전사의 부주의와 인솔교사 및 철도청의 무책임, 그리고 건널목 시야를 막고 있었다는 방앗간에 원망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고령의 그 운전사는 학생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리고 또 몹시 피로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찍부터 자기임무에 대한 투철한 책임의식을 갖추는 국민교육에 임했었다면 그 운전사는 당연히 서울까지의 무사한 운전만이 자기 임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러번 방앗간을 철거해 달라는 당국의 부탁을 받고도 공익과 사회질서를 무시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그 개인주의도 얄밉기 한이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당국자들의 무관심을 원망하고 싶다. 현충사로 오고 가는 그 건널목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인데 지키는 이 하나 없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한 마리의 양을 돌보는 심정의 당국자만 있었다면 개인으로라도 하룻저녁 술값이면 건널목지기 1년의 월급쯤은 주고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피다만 꽃잎처럼 스러져 간 어린 영령들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