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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재회전 노조위장선거-이찬혁 현 위원장과 최용수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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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70년도 정기대의원대회가 15일 열린다. 17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릴 이번 대회는 노총의 현 집행부 임기만료로 새 위원장선출에 많은 관심을 모으게 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3백만 근로자들의 총사령관 격인 노총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현재 이찬혁 위원장과 최용수 전력노조위원장이 경합,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욱이 현 이 위원장과 경합에 나선 최씨는 67년 대회에서 처음으로 대결, 최씨가 55-56, 한 표 차이로 고배를 든 일이 있어 이번 대회는 3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감연히 재회전한 것. 그러나 이번 대회는 위원장 경합이나 근로자대중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노동조합의 지도 이념을 떠나 현실적으로 몇 가지 숙제를 지니고있다.
노총이 안고있는 당면과제는 ①작년부터 기론 되어온 노총의 정치참여와 ②조합의 조직확대 ③여의도 노동회관 건립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노총의, 정치참여는 71년 선거를 계기로 근로자 대표의 의회 진출을 목적으로 한 것 이어서 이번 위원장 선출을 더욱 열띠게 하는 큰이유가 되고있다.
차기 노총위원장 후보 이·최 양씨는 올해46세, 동갑나이에 20년 간 노조운동을 거의 함께 해온 동지. 그러면서도 67년 이후 숙명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의 경합은 3년을 끌어왔다고는 해도 사실상 금년4월부터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노총대의원대회는 16개 산업별노조파견대의원 (조합원 2천명에 대의원1명)에 의해 성립되는 까닭에 산별 대의원 포섭이 곧 위원장 경쟁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금년 각 산별노조의 대의원대회는 예년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외기노조 (위원장 이광조)는 두 차례나 유회한 끝에 열린 대회에서 결국은 노총대회 파견대의원(4명)조차 선출하지 못했다.
같은 경우의 섬유노조(위원장 이춘선)는 재야세력이 집행부를 불신, 노총파견대의원 21명을 선출한 자체 대의원대회 결의 효력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는가 하면 노동청에는 대의원대회가 노조법 및 규약에 위배된다고 이의를 신립하기도 했다.
16일 표의 대결이 불가피하게된 이·최 양씨는 자파세력이 우세할 것으로 낙관하고있다.
3년간 노총을 이끌어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씨는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3년으로는 충분치 않아 3년의 기회를 더 갖고싶다』는 뜻으로 약진의 기반을 굳히자고 주장하는 반면 「라이벌」인 최씨는 『지금이야말로 과감히 수술해야할 시기, 스스로 집도(집도)의 역군이 될 것』을 선언하며 노동운동의 전환점을 찾을 것을 말하고있다.
정치참여에 있어서 이씨는 『경제투쟁만으로는 불가능한 까닭에 국가의 정책방향을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반면, 최씨는 『자체조직확대강화와 대 정부·대 국제문제 등 기초작업을 끝낸 후에 생기는 필연성에 의해 이룩되어야한다』는 약간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있다.
노총의 조직확대는 최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총집계에 의하면 조직근로자수는 금년 9월30일 현재 46만9천3명으로 작년에 비해6%, 2만4천6백31명이 늘어난 것으로 자연증가율10%에 훨씬 미달되고있다.
이념의 대결에서 표의대결로 변신한 70년 노총대의원대회. 1920년부터 50년을 이어온 한국의 근대노동운동은 초기에는 항일투쟁에서 시작되어 해방직후에는 반공투쟁이었으나 지금은 뚜렷한 이념과 철학이 없다고 이·최 양씨는 똑같은 말을 하고 있으면서 막상은 16일에 대비한 대의원표의 최종점검에 부심하고 있다.
철도노조출신인 이씨 계는 철도(대의원17명) 이외에 위원장단조직인 섬유(21) 화학(16) 부두(11) 전매(6) 광산(6)노조에서 절대다수를, 금속(9)과 금융(9)노조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자신하고있어 10표 이상으로 이씨가 재선될 것으로 보고있다.
반면 최씨 계는 전력(6) 체신(10) 자동차(17)노조는 물론 중도세력인 금속·금융·전매·해상노조와 이씨 계로 알려진 철도 및 광산노조에서 상당수의 이탈자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여 90표 선까지, 20표 이상의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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