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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JTBC 뉴스9 앵커 … 16일 오후 9시 첫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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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JTBC 뉴스가 확 달라진다. 그 핵에 그가 있다. 이날부터 JTBC ‘뉴스9’ 진행자로 나서는 손석희(57) 앵커다. 그가 뉴스 앵커 자리에 앉기는 1999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4년 만이다. 인터넷에서 공개된 ‘뉴스 9’ 티저(teaser·예고) 영상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힘 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2차 티저는 그가 직접 대본을 쓰고 내레이션도 맡았다.

 손 앵커는 MBC ‘시선집중’ ‘100분토론’ 등을 통해 시사프로 진행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지난 수년간 ‘신뢰받는 언론인 1위’ ‘영향력 1위’를 지켜왔다. 상대를 몰아치며 핵심을 파고드는 ‘송곳 인터뷰’로 유명하다. 정치권의 끝없는 구애에도 “방송인으로 남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JTBC 보도부문 사장에 메인 앵커 직함까지 추가하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편집권과 인사권을 가진 본격적인 앵커 시스템을 시도하는 것이다. 미국드라마 ‘뉴스룸’에서나 보던 풍경이다. 10일 그를 JTBC 사장실에서 만났다. (JTBC ‘뉴스9’은 월~금 오후 9시 케이블TV·IPTV·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채널 15번에서 방송된다. 일부 케이블 지역 채널은 다를 수 있다. 자세한 지역 채널번호 안내는 전화 02-751- 6000.)

 -앵커 복귀에 대한 관심이 크다.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다. 그 기대와 우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마음 한쪽에선 다급해지기도 하고, 또 한쪽에선 ‘이럴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는 다짐도 하고, 좀 복잡하다.”

 -오랜만에 앵커를 맡는 느낌은.

 “‘시선집중’ 마지막 멘트로 제가 생각하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소속된 곳이 MBC냐 JTBC냐가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 있든 쉬운 환경에 있지는 않았다. 굳이 어디가 더 어려운가를 따진다면 JTBC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종편에 대한 따가운 눈총도 있고, 시청률도 지상파에 비해 낮아서 채널 파워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시청률을 위해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원론 그대로의 정론으로 간다.”

 -손석희호(號) JTBC 뉴스의 지향점은.

 “출근 첫날 보도국 부장들에게도 말했지만 사실·공정·균형·품위가 기본이다. 사실을 과감하게 보도해야 하고, 이해관계에서 공정해야 하며, 가치관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경쟁 때문에 품위를 잃어서도 안 된다. 이 네 원칙 위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를 추구한다. 뉴스 전달에 경천동지할 새로운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종전의 백화점식 나열은 지양한다. 뻔한 리포트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그 대신 현장과 당사자를 중시하겠다. 필요하다면 누구든 스튜디오에 나오거나 중계차로 연결해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심층취재의 영역도 넓혀갈 것이다. ‘시선집중’ 컨셉트도 일부 살린다.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본 뉴스와 다르게 간다.”

 -정치적 방향성도 궁금하다.

 “시사프로 진행자로 일할 때 잘 썼던 표현 중 하나가 ‘전방위로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널리즘의 본령이 그것이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그 전방위에 속하는 것 아닌가. 단 전제는 발전을 위한 비판이다 . 트집 잡고 야유하고 근거도 없이 비난하는 건 아니다.”

 -시사평론가 정관용씨도 일일시사 뉴스쇼 ‘정관용 라이브’로 합류했다.

 “정관용(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에게는, 내가 이곳으로 옮겨온 직후부터 부탁드렸다. 내가 MBC ‘100분토론’을 한창 진행할 때 그는 KBS ‘심야토론’을 맡았고, 지금은 ‘100분토론’ 진행자니 인연이 있다. 균형과 깊이 모두 일가를 이뤄, 배울 것이 많은 분이다. 일부 사람이 극단으로 나뉘어 대다수 합리적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맞는 거냐,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는 게 맞는 거냐, 그 골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게 정론 아닌가, 말씀드렸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언론민주화의 상징이자, 신뢰받는 언론인 1위를 지켜왔다.

 “상징이란 말은 말 그대로 상징이다. 늘 실제와 상징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고민해왔다. 앞으로도 그런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신뢰는 얻겠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 기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의 뉴스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손 앵커가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시청자 여러분 앞에 선 지도 30년이다. 모든 것은 시청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새벽방송 때는 저녁 약속을 일절 못했다는데, 이제 9시 뉴스를 하면 아예 인간관계가 끊기지 않나.

 “이미 오래전에 대부분 끊어져 더 끊길 것도 없다(웃음). 사실은 그렇게 사교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인터뷰어로서 살기에는 차라리 그게 낫다. 관계가 자꾸 생기면 마음대로 질문 못하니까.”

 -좀 까칠하다는 평이 많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독한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팀워크를 중시하고 썰렁한 농담도 좀 한다. 뒤끝도 없다. 오래 같이했던 사람들은 내 성격을 다 안다. ‘시선집중’ 때 출연한 외부인사가, 진행상 문제가 생겨 내가 제작진한테 크게 화를 내서 당황했다가 잠시 후에 서로 농담하는 걸 보고 더 당황해 했다는 얘기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안 하고, 사생활도 안 드러내고 인터뷰도 잘 안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SNS는 득보다 실이 많다. 시간도 많이 써야 하고, 텍스트란 것이 그 하나만 가지고는 오해를 받기도 쉽다. 인터뷰를 안 하는 이유는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였다. 방송으로 매일 말해 왔는데 더 할 얘기도 없는 것 같고. 그리고 자기 생활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는 방송을 빼면 그냥 평범한 남편이고 아버지다. 사실 가족들은 다시 뉴스를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했다. 얼굴 내놓고 사는 게 좋은 거 아니다. 안 그래도 오만 가지 얘기 다 듣고 사니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시청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가.

 “다 끝나고 떠날 때 ‘그래 할 만큼 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냥 ‘언론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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