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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6일에 있었던 제51회 전국체전의 개회식은 누구의 눈에나 화려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연상한 것은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연상심리는 과거의 경험·성격·취미 등의 개인차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화재를 체험한 사람은 붉은 색에서 불을 연상할 것이요, 피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같은 피를 보고서도 사람에 따라 연상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열을 생각하는 사람, 잔인을 연상하는 사람 등‥. 알툴·램보는 「분노 속의 아름다운 홍소」를 연상했다.
학생들의 일사불란한 매스·게임과 카드·섹션을 보고서는 젊음을, 그리고 보다 화려한 내일을 연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 많은 젊은이가 내 집을 지켜 준다면 어떤 도둑도 얼씬하지 못할게라고 생각한 시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교통순경은 러시아워 때를 연상했을지도 모른다.
저만큼 멋진 매스·게임을 해치우려면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은 소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꼼꼼한 수학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또 이번 대회에서 떨어지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고 돈을 연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민족의 제전」을 더럽히는 방정맞은 연상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이런 사람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요새 사람들의 연상심리에 제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돈이기 때문이다.
연상심리에는 물론 개인차가 작용한다. 그러나 사회나 집단에 공통적인 것도 있다. 가령 경관의 경찰봉은 평화스러운 사회에서는 질서를 연상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관권·폭력·데모 같은 것만을 연상시키는 사회도 있을 수 있다.
건전한 연상심리는 어느 분야에 있어서나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행동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에 병적인 연상심리는 개인에게나 또는 사회에나 다시없이 위험한 색안경이 되기 쉽다.
최근에 콜레라 약을 둘러싼 보사부내의 부정사건이 문제되었다. 콜레라 약에서 방역을 연상하지 않고 돈만을 연상하게된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국체전을 위해 쏟은 돈으로 공장이 몇 개가 세워질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같은 병리에서 나온 것이다.
체전은 어디까지나 젊음과 힘의 향연이어야 한다. 또 그것만을 연상할 수 있는 국민적 컨센서스의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도 다른 불순한 연상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마음놓고 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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