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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종합학제 개편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대 종합학제 개편 안이 공개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는72년도에 있을 새 캠퍼스에로의 이전을 앞두고, 동 대학교 기획위원회가 수개월간의 자체연구 끝에 성안한 것으로 알려진 1차 시안의 내용이 공개되자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장단점과 문젯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찬반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터이지만, 그 개요는 작일자 본지(6면 해설기사참조)에서도 소개한바 있다.
동안이 내포하고 .있는 장점으로서는 대체로 ①명실상부한 종합대체제의 확립 ②세계대학교육의 추세인 일반교양과정교육의 충실화 ③교수·학생간에 끊임없는 연구면학기풍을 조성할 수 있다 ④정부재정의 중점적 지원가능성이 증대한다는 점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반면 반대론자들은 ⓛ현재에도 이미 과밀수업중인 교양과 정부를 더욱 매머드 화하여 일반교육의 이상적 실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②지방 국립대학을 무시한 서울대만의 독선이다 ③대학의 구성요소에 정부권력을 직접 끌어들임으로써 대학의 자유와 자치이념을 스스로 부인하려 하고 있다는 등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찬반의견에는 물론 그런 대로의 일리가 있는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오히려, 서울대의 전기 개편 안이 이 시점에서 과연 오늘날 우리 나라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이면서 양원 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반드시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느냐 하는데 대해 중대한 의문을·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 나라의 대학들은 세계 모든 나라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존립의 이념면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그 존재양식과 커리큘럼, 관리·반영면 등 전 영역에 걸쳐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고전적인 개념으로서의 상아탑 적 대학 상이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스튜던트·파워라는 말로써 표현되는 다이너믹 한 힘이 직접 대학의 제도와 운영면에 대해서는 물론 깊이 현실정치문제에 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 사회 내에 있어서의 이와 같은 진통은 이를테면 대학교육자체가 일종의 양산과정화 함으로써 교수는 교수대로 또 대학생은 대학생대로 교육의 기본적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인격적 접촉을 통한 진리에의 몰아적 집중을 불가능케 하고 있는데 있다할 수 있고 그 정도는 우리 나라와 같은 후진국가에서 특히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의 유니버설리티의 가장 원초적인 기준인 학문·사상의 세계적 레벨·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모든 대학인들에게 세계에서 이루어진 각 학문분야에 걸친 최신업적을 끊임없이 접촉할 수 있을만한 도서관시설이나 정기간행물의 구독기회가 주어져야할 것이며, 학자가 한 영역에 있어서의 독창적인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능할 만큼의 물질적 처우와 시간적 여유가 부여되고, 또 그밖에 학생지도에 있어서도 교수 1인당 많아야 4∼5명을 넘지 않을 정도의 퍼스널·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기본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교수가 개인적으로나 학교시설로나 최신의 외국학계동향에 접할 기회에서 사실상 소외당하고, 학생이 담당교수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양산교육 체계 하에서 4년간의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둔 채, 대학의 편제나 운영체계의 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은 결코 본질적인 개혁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학문적 성취도나 인격적 영향력에 있어 지도하는 자와 지도를 받는 자가 엄격하게 구별되던 고전적 대학 상을 오늘날 다시 재현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불특정인칭의 「○○학 교수」가 불특정인칭의 「××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의 품팔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근본요인의 제거를 위해 대학당국자는 물론, 크게 나라의 전도를 걱정하는 위정자들로서는 대학교수와 대학생들이 안심하고·연구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고, 또 그들 사이에 인격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는 기본여건을 조성하는 문제에 대해서야말로 일대 영단을 내려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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