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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제도의 폐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방부는 대학생의 ROTC(학도군사훈련)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앞으로는 정규 육사와 제2, 제3사관학교의 입학생 정원을 대폭 늘려, 부족 되는 장교를 메운다는 방침을 세워 문교부와 최종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ROTC라는 것은 흔히 학도군사훈련 단으로 통칭되고 있으나, 정확히 말한다면 그것은 예비역장교 훈련단이다. 즉 대학 재학생에게 소정의 군사훈련을 시켜 임관과 동시에 예비역에 편입하고, 재소집하는 형식으로 2년 내지 2년 3개월간 복무시켰다가 그 소집을 해제시키는 것이 우리 나라 ROTC제도의 개요였던 것이다.
1961년 ROTC가 발족한 이래 그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 여러 가지로 논의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지적되어온 단점은 대체로 (1)ROTC출신장교들이 2년 복무 후 제대하므로 군 하부지휘 계통이 약하다는 것 (2)장기복무 희망자가 매우 적다는 것 (3)처음부터 2년만 복무하고 제대한다는 의식 때문에 군복무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점 등이라 할 것이며, 이 중에도 특히 장기복무자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ROTC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했던 근본적인 동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ROTC제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신할만한 충원방법이 있고 유능한 인재를 장교로 확보하는 길이 있다면 구태여 그 폐지를 마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ROTC제도가 가지는 장점 또한 큰 것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 폐지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극도의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ROTC가 가지는 장점으로서는 (1)적은 비용으로 유능한 초급장교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 (2)또 현대과학장비와 편제가 요구하는 각분야의 학식을 갖춘 장교를 충원할 수 있다는 것 (3)유사시에 대비하여, 충분한 예비역 장교요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4)각국에서의 실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장기 복무한 ROTC출신장교 가운데서는 정규사관학교 출신 못지 않게 훌륭한 역량을 가진 지휘관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 (5)특히 기술병과에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장교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ROTC제를 폐지할 경우 부족 되는 장교를 육사와 제2, 제3사관학교 입학정원의 대폭 증원으로 메운다고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지원자의 수와 질도 문제가 되겠거니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장교의 확보라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또 ROTC와 고·대학생의 군사훈련이 중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되고 있는데, 군사훈련을 받은 그들에게는 복무 연한의 단축이라든가, 단기훈련으로 장교로 등용될 수 있는 희망을 줌으로써 그 훈련의 성과를 더욱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ROTC제의 성급한 폐지보다는 현존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ROTC출신장교들이 장기복무를 희망하지 않는 까닭은 그 훈련과정 자체가 대학생다운 긍지를 살려주지 않고 있는 점과 또 전체적인 장교의 대우문제, 그리고 군경력을 가볍게 보는 사회일반의 통념 등이 연결되고 있으므로, 훈련과정의 개선과 대우향상, 그리고 군경력을 사회에서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방안 등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ROTC장교만이 아니라 기타 초급장교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또 그들의 사기를 앙양하는데 있어 크게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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