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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건너고만 강 40대 단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당헌에 있는 6월 지명대회가 연기된 뒤 보수의 벽을 넘어서야 할 공동과제에서 출발했던 김영삼·김대중·이철승씨 세 사람의 단일후보조정은 24일로 백지화되고 말았다.
유당수의 조건부 출마선언을 배경으로 마지막 열린 24일의 4인 전권위에서 조정역을 맡았던 고흥문 사무총장은 『단일화 지명권을 유진산 당수에게 맡기자는 안은 유당수가 출마선언을 한 이상 실효가 없게 된 것 같다.
내가 40대중 한사람을 책임지고 용퇴시킬테니, 그 사람에게 후보지명권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홍익표·서범석 두 대표는 고총장의 제의를 조건 없이 받아들였으나 김대중씨의 전권대표인 주영규씨는 『진일보한 제안이나 수락여부는 김대중씨와 상의해서 오늘 중에 통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씨로부터 이 안을 전해들은 김대중씨는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40대와 전권대표연석회의의 원칙에 어긋나며, 만일 두 사람이 사퇴해서 각기 다른 사람을 지명하면 후보가 두 사람이 되지 않느냐』면서 거부했다.
지난 7월부터 단일화작업에 나서긴 했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상반되고 연초부터 각자 후보운동을 서둘러 왔던 당사자들은 1차 표결 후 제1주자에게 2차에서 표를 모아 기꺼이 협조한다는 선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진산계의 지주인 고흥문씨가 지난 9월초 자청해서 단일화의 조정역을 맡고 나섰다.
고씨가 산파역이 되어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세 사람은 여러 차례 모임을 거듭한 끝에 서범석(김영삼씨 대표) 조영규(김대중씨 대표) 홍익표씨(이철승씨 대표)로 구성되는 4인 전권 대표회의에 단일화작업을 위탁, 이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기로 합의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4인 전권대표들은 10일 첫 모임을 갖고 ①세 경선자 중 전원일치의 합의에 따라 대통령 단일후보를 낸다. ②40대 세 사람으로부터 전권대표회의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서약서를 받는다. ③4인 전권대표는 3명의 40대 중 특정인을 대변치 않는다는 조정원칙을 정했었다.
그러나 막상 사람선택에서는 모두가 자기사람의 대변만을 했고 단일화가 된다 해도 유당수를 비롯한 노장의 거당적 지지에 대한 보장이 없지 않으냐는 얘기가 많았다. 거기에다 유진산 당수가 전당대회 12인 대책위를 독단으로 선정 발표하여 당 공식기구로서 대통령후보조정을 맡게 했고 12인 대책위는 후보경쟁자를 당 내외로 확대해 가기만 했다.
이래서 나온 것이 유진산 당수에게 지명권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영삼·이철승씨는 자기에게 떨어질 기대가능성을 반반씩 갖고 받아들일 듯한 태도였지만 김대중씨는 고개를 저었다. 『고총장 안은 일견 합리적인 듯 하지만 유당수가 내게 해온 말과 행동으로 보아 사실상 나는 제쳐놓는 안이 아니냐』는 것이 김씨의 얘기였다.
이로부터 김씨는 고총장의 조정은 자기를 공정히 배려해 주지 않는 것 같다해서 비주류의 이재형씨 쪽으로 기울어졌고 이 움직임을 배경으로 유당수는 40대 단일화실패라는 결론을 내려 조건부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고총장은 유당수를 비롯한 당 중진에게 실패의 경위를 보고하고 다시 한번 유당수 마지막 결단을 얘기할 듯 하다.
그것은 남은 두 사람중의 하나를 유당수가 선택토록 건의해보라는 것이 서·홍씨 등의 얘기고 고총장은 유당수가 둘 중의 한사람을 지명하기보다는 당 중진들이 납득한다면 세 사람의 페어·플레이를 다짐받고 조용한 경쟁투표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는 견해다.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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