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양한 실험작업 면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판화회장 이항성씨가 근작 34점을 가지고 개인전을 열고있다. 그밖에 풍속판화 30점과 합죽선면을 위한 판화8점 및 유화 16점을 곁들여 그의 다양한 실험작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작금년 이미 수집해오는 우리 나라 고판화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고서에 나오는 목판화든가 지도 및 능화판과 떡살에 이르기까지 선의 처리와 문양 등을 중심으로 수장품 전시회도 여러 번 가졌다. 뿐만 아니라 단원·혜원 등의 옛 풍속화를 판화로써 모각해 채색을 입히기도 하고, 지난 세계 펜대회 때에는 그를 응용한 부채판화를 제작해 외국작가들 사이에 적잖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그의 집념은 근작판화에 판연하게 드러나 있다.
옛 시전지 목판이나 떡살 등을 그대로 화면의 일부에 찍어 넣음으로써 『연심』 『황심』과 같이 현대감각의 색깔 위에 고담한 문양을 넣었다. 혹은 도성도의 인상을 즉흥적으로 판화의 구조에 적용한 예가 『옛일의 얼』 『정맥』 등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지배하고 있는 작품세계는 괴물 같은 형체를 시각적인 영상에 담는 수법이다. 다분히 환상적이고 또 설화적인 그 형태는 불경의 범자를 희화화한 느낌을 주며 특히 복쇄한 채색이 화사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분위기를 한층 북돋우어준다.
다만 고판화에 대한 그의 애착이 미처 용해되지 못한 채 복각된 작품도 없지 않기 때문에 작가의 개성을 위해서도 보다 단순화하는 정리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2일∼27일신세계화랑>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