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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아들설 채동욱 "유전자 검사 용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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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채동욱 검찰총장이 9일 낮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김형수 기자]

“유전자 검사라도 받을 용의가 있다.”

 지난 6일 느닷없는 ‘혼외(婚外)아들 의혹’ 제기에 고심하던 채동욱(54) 검찰총장이 강수를 두고 나섰다. 채 총장은 9일 오전 구본선 대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조선일보에 대해 오늘 정정보도를 청구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정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추가 조치(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채 총장은 이날 오후 조선일보에 자신 명의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자에서 “채 총장이 1999년부터 알고 지내던 L씨(54)와 사이에 2002년 혼외아들(11)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이때만 해도 채 총장은 “저는 모르는 일이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른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는 의혹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9일자 후속 기사에서 “아들이 다니던 학교 기록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기재돼 있다”고 보도하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이 보도 직후 채 총장은 무대응에서 정면 맞대응으로 전략을 바꿨다. 구 대변인은 “총장이 언급한 ‘추가조치’란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와 소송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일 보도 직후 (정정보도 등 일련의 조치를) 안 한 것은 검찰총장 개인이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신중한 의견이 있어 스스로 자제하고 참은 것”이라며 “굳건하고 단호하게, 지속적으로 대처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수장이 민·형사 소송을 내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최대한 자제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은 ‘자제의 한도를 넘어 정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는 법원이 강제할 수 없다”며 “(만일 언론 보도대로) 혼외아들이 있고 미국에 가 있는 게 사실이라 해도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거부한다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선 당사자들이 아니라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혼외아들 여부 입증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채 총장의 반격을 반겼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모르는 일’이란 해명은 의혹을 명쾌하게 풀어주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총장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검찰 조직이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한 아이와 어머니 L씨의 신상·사진이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김학의(57) 전 법무부 차관이나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성추문 검사’ 전모(31)씨의 경우에도 관련 여성의 사진이 유포돼 물의를 빚었다. 서울대 장덕진(사회학) 교수는 “개인 신상 정보를 마구잡이로 퍼뜨리면 우리 사회의 관음증과 맞물려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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