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디지털' 접속하라 … IT기업들이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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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젊은 고객들이 삼성SDS가 서울 송파구의 마천중앙시장 입구에 세운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해 점포 위치와 취급제품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 삼성SDS]

대형마트에 밀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나섰다. 전통시장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경쟁력을 높여주는 상생이 IT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스템 통합(SI) 기업인 삼성SDS는 2015년까지 전국 30개 전통시장에 디지털 사이니지 60대를 설치한다고 9일 밝혔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버스정류장 표시판처럼 시장 입구 등에 위치하면서 시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풍부한 디지털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다. 삼성SDS가 재래시장에 세우는 디지털 사이니지에는 시장 지도와 점포별 판매 상품을 알려주는 ‘시장정보’, 특가 세일 등을 알려주는 ‘행사정보’, 마음에 드는 점포를 칭찬할 수 있는 ‘칭찬도장찍기’ 등 다양한 콘텐트가 실시간 제공된다. 삼성SDS는 우선 서울 송파구의 마천중앙시장에 두 대, 풍납시장에 한 대씩 시범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기존 단골 고객보다는 디지털 정보에 익숙한 젊은 층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다.

 삼성SDS가 더욱 품을 들이는 분야는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ICT 리더 양성 교육이다.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으로 시장매출을 올리는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등의 특강과 실습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상대로 진행된다. 실내에서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IT를 활용해 성공한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이미 지난 3일부터 송파구 5개 시장 내 35명 상인을 대상으로 한 달 교육이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 중이다. 앞으로 3년간 지방 전통시장으로도 확대해 300명까지 수용할 계획이다.

 유재훈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IT나 교육 지원이 절실했다”며 “추석을 맞이해 시장 입구의 랜드마크가 될 디지털 사이니지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시장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이 전통시장 IT 인프라 개선에 나선 데는 상생의 목적도 있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과 제품 면에서 전통시장이 지니고 있는 경쟁력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실제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 2일 전국주부교실중앙회를 통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각 36곳을 대상으로 추석 제수용품 27개 품목에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전통시장의 ‘승리’였다. 4인 기준으로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전통시장의 경우 평균 21만9205원인 데 비해 대형마트는 26만4954원으로, 전통시장이 4만5000원(17.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도 전통시장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행복동행’의 일환으로 꾸준히 전통시장을 지원해온 SK텔레콤은 지난 3~5일 서울 중곡제일시장 상인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이동버스를 이용해 단말 AS를 해주고,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활용한 교육을 제공했다.

 KT의 IT서포터스 또한 전통시장 상인에 대한 IT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다. IT서포터스는 지난달 제주의 동문시장 상인들과 감귤농원 농가들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활용법과 SNS·블로그·QR코드 등 뉴미디어 교육과 활용방법을 교육했다. 오프라인 고객에 한정돼 있던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 채널로 판매망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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