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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에브·퀴리저 퀴리 부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사를 전공하는 내가 추천할 수 있는 책이 따로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령 삼국유사라든가, 혹은 연암소설이나 일사유사(한국 기인열전)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이 『퀴리 부인』을 소개하는 유혹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였다. 사실 누구에게나 가리지 않고 권하고 싶은 책 중에서 삼국유사와 같은 책을 빼놓을 수는 있지만, 이 『퀴리 부인』을 빼놓을 수는 없는 느낌이다. 여성에게라면 더구나 그러하다.
전기를 훌륭하게 써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줍은 생각이긴 하지만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작용한 것보다는 주인공의 산 면모를 생생하게 나타내주는 것이 성공적인 전기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하여야만 독자로 하여금 저자와가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잠시 호흡을 같이할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브·퀴리는 나무랄 데 없는 전기 작가가 아니었던가 싶다. 『신화와도 비슷한 이 전기에 조그만큼 이라도 꾸밈이 있다면 나는 죄스러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확실하지 않은 삽화는 하나도 적지 아니하였다. 나는 중요한 말 귀절은 하나도 바꾸지 않았고 옷 빛깔 하나도 생각해내지 아니하였다. 사실 있는 그대로, 말한 그대로를 적었을 뿐이다.』머리말에 적혀있는 저자의 말이다. 자기 어머니의 전기를 그렇게 훌륭하게 써 놓은 것은 저자의 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어머니의 생생한 인상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씌어진 『퀴리 부인』의 모습은 한마디로 감동적이다. 감동적이란 것은 그가 우리와 거리가 먼 소위 위인이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와 퍽 가까운데 있는 한 이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나기는 어머니가 서른 일곱 살 적이었다. 내가 커서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만큼 되었을 적에, 그는 나이 먹은 유명한 부인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학자라는 생각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인연이 먼 것이다. 아마 자기가 유명하다는 생각이 퀴리 부인의 머리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언제나 내가 나기 전 꿈을 가득 실은 가난한 여학생 마리아·스클로도프스카 곁에서 산것같이 생각된다.』
그의 소녀시절을 그린 대목에는 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마리아는 아마 우주란 교수와 학생들만이 있고 오직 배움이라는 이상만이 지배하는 큰 학교 같이 생각할 것이다.』(34면) 이러한 대목을 읽어가면서 느끼던 감동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퀴리 부인은 모든 유명한 인사들 중에서 홀로 명예로 인하여 타락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하였지만, 이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이 전기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 전기를 읽으며 그와 더불어 인간의 삶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을유문화사간·안응렬 역> [이기백<서강대 교수·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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