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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막 속서 굳어진 좌등 4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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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선화 씨앗에서 피기까지>
【동경=조동오특파원】『결정을 내리지 않은 결정이 있을 수 있다』-경영학자 드리커의 말. 바로 이 말이 일본의 차기수상에 통하는 자민당총재선거를 두 달 앞둔 좌등영작 일본수상의 4선논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좌등 수상 자신은 총재선거에 『나가겠다』 『안나가겠다』는 아무런 결정도 내린 일이 없다. 자신의 거취가 거론되면 독특한 웃음으로 연막을 피웠다. 그러나 그가 침묵과 농담으로 안개 속에 숨는 동안 4선 체제는 저절로 주위에서 들끓고 당사자를 돌려세운 채 굳어졌다. 지난 8월 천도자민당부총재의 찰황발언에서 씨앗이 뿌려진 4선화는 당내 깊숙이 자라서 지난 6일엔 자민당 중간적 수파의 보스인 천도부총재·선전중의원의장·중증근 방위청장관의 4선지지 합의로써 근간이 이뤄졌고, 7일엔 반좌등의 거장이자 지전 전 수상 후예파벌의 보스인 전 미번삼랑씨가 총재선거 출마단념 발표로 풍상을 피했고 이어 반좌등이 예측되던 석정광차랑파도 16일 4선 지지를 들고 나옴으로써 자민당의 대세는 좌등 4선 총재의 열매따기 절차만을 재촉하고있다.
지난 13일 만박 폐회식장에서 미국의 호스티스가 이별의 테이프를 서로 잡고 있는 동안 회장 안 프레스·클럽에서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좌등 수상은 오는 10월19일에 있을 유럽 25주년기념식에 참석할 뜻과 4선에 나가리라는 추측을 돕는 두 가지의 시사를 던졌다. 『UN출석? 물론 일본에서도 총리가 참석한다. 내가 나간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총재선거에 4선 출마하느냐 안하느냐는 우선 당내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난 다음에…』그 큰 입을 힘껏 벌려 웃은 다음 농반 진반으로 자신과 여유를 과시했다. 지난 9일 좌등수상은 모 경제인단체와 같이한 자리에서 4선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4선, 4선하고 성급하게 굴면 그만둬라(일본어로 4선은 욘셍, 그만둬라가 요세이므로 비슷한 발음을 딴 것)그만둬라 소리로 들린다』고 딴전을 피우고 백만달러짜리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스스로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대세에 밀려서 저절로 4선으로 간다』는 것이 그의 계보이고 이 계산은 그대로 적중하고있다.
그는 ①스스로가 은퇴하지 않는 한 자기를 디디고 넘어 설 강력한 후계자가 없고 ②총리 6년의 업적에 대과가 없었으며 ③정권과 표리일체를 이루는 재계가 보수·안정·체제의 학동을 원치 않는다는 움직임 ④총재선거의 표를 잡고있는 3백2석의 거창한 자민당의원들이 총재가 바뀌면 다시 치러야할 국회의원 총선거에 기피증과 공포증이 대단하다는 주반을 정확하게 놓고 퉁기고 나서 당내의 의견이 무기표 당선의 기운으로 기울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당내 유일한 4선반대의 기수인 삼목무부(전 외상)씨는 인심쇄신을 내세워 15일에도 4선반대의 확신과 총재 선거출마를 고집했다.
그러나 17일 워싱턴에서 로저즈 국무장관과 만난 애지 외상은 좌등 수상의 UN참석을 기정화해서 10월21일 닉슨­좌등 회담의 일정을 짰다. 여기서 좌등 4선고정의 레일을 부동한 것으로 못을 박은 것이다.
금년 초만 하더라도 작년 말의 전중각형씨(자민당 간사장·좌등파)의 4선 지지론에 당내는 갸우뚱거리는 대세였다. 지난봄부터 좌등의 좌수신경통이 그가 좋아하는 골프까지 단념케 하여 건강상태가 4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부인 관자여사, 장남 용태낭, 차남 신이 등 가족들이 모두 수상의 심신피로를 염려, 4선 반대의 선두에 섰었다. 가족을 대표해서 관자여사가 좌등 수상에게 『4선은 그만둬달라』고 말했다가 『여자는 정치에 입을 놀리지 말라』는 일갈을 받고 그후 좌등 일가의 4선 반대는 숨을 죽였다.
그 직후 좌등 부인과 천도 부인·추원북탄 사장부인 등 3명이 성전산 참배 길을 같이 했을 때 좌등 부인이 천도 부인에게 『부총재는 좌등의 4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속삭였다는 것. 이 말을 전해들은 천도씨가 『수상이 4선에 대한 내 뜻을 알고싶어 하는구나!』하는 뜻으로 받아들여 당내에서 먼저 4선 지지의 기치를 듣게되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자민당 중간각파는 좌등 4선후의 자파지지 공작의 꿈을 안고 앞을 다투어 4선 지지공작의 공을 세우려 동분서주, 반좌등의 아성 전미·중증근의 굴복을 가져왔다.
일본의 정계는 정국안정 보수견지 대외정책고수(중공과의 국교회복 등 급변억제)의 좌등4선은 삼목씨가 대적할 경우라도 기정사실로 보고(삼목씨가 출마하더라도 그의 현지 표는 50표 내외가 고작이라 관측하고 4선후의 당내 요직 및 각료 안배에 꿈이 부풀어있다. 그리고 4선후 73년대의 포스트 좌등의 지반 닦기가 벌써 시동했다
좌등의 후계자로 꼽히기는 복전대장상, 전중간사장, 전미, 중증근, 삼목 등 군웅할거다.
지난달 20일 포스트 좌등의 강력한 라이벌인 복전·전중양씨의 경정택 골프 대결 때는 일본의 전 매스컴이 마치 총재선거나 치르듯 떠들썩했다. 핸디 24의 복전과 18의 전중의 경기는 18스트로크 차로 전중이 이겼지만 차기 총재선거하면 복전 총리의 탄생이 상식적인 것으로 돼있다. 이번 좌등 4선 지지에 선봉을 맡아 나선 천도씨가 정력적으로 움직인 것도 캐고 보면 반복전(2년 후면 67세로 현재 경정에 이른 정열이 감퇴되리라는 전망)을 위해 전중-천도 라인이 짜낸 스케줄이라고 보고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초여름까지 신경통 때문에 경정택 별장에서 견서와 텔리비젼 망으로 소일하던 좌등 수상은 복전-전중대전일에도 중립 뿐 아니라 건강 때문에도 오불관언의 두문불출이었다. 지난 5월 국회 때만도 육체적·정신적으로 『굉장히 피곤해졌다』던 좌등 수상이 최근엔 1주일에 한번씩 받는 건강진단에도 이상무. 이것이 그에게 사수의 시간을 벌게 한 천혜였다고도 한다. 이제 10월 중순 UN참석 전에 출마선언의 절차만 밟으면 정계는 안태, 재계는 자금 염출의 노를 생략하고 좌등 정권 7년째로 줄달음질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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