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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면 평균 이틀간은 휴일|50여년 전에 이미 최저임금제도 확립 어기면 고용주· 고용인 다같이 처벌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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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천주는 한 나라이면서도 큰 대륙이고 보니 일주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었다. 처음 「시드니」를 떠나 종횡으로 누비며 「캔버라」까지 여행하는 동안 많은 것을 보았다. 어딜가나 눈에 띄는 것은 영국기인 「유니언·채크」였다. 호주의 국기는 기면의 4분의1이 유니언· 재크로서 이 나라의 주와 영토를 나타낸 큰 별과 남 십자성이있는 모양으로서 이 국기보다는 영국국기가 많이 나부끼고 있었다. 영국의 세력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나라의 국가도 영국의 국가인 갓· 세이브· 더· 퀸의 자매편이라 할 「갓· 세이브· 더· 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는 엘리자베스 2세를 원수로서 받들 뿐 아니라 재판의 최종판결도 영국의 추밀원에 맡기는 독립국다운 인상이 엿보이지 않았다. 하긴 영국인의 후손들이라 으례 자기의 본향인 영국에 대한「노스탤지어」를 느끼는지 모르나 도무지 호주의 개성이 엿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사람은 영국과 가장 먼 대륙에 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 나라사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조부나 조부가 영국에서 건너왔고 지금도 여전히 영국에서 이민들이 많이 오고 있으니 영국을 딴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이 나라는 이민들에게는 이상적인 고장이어서 백인 독신남자들이 많이 오건만 이나라 여성들이 좀체로 결혼해주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려면 천상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더구나 자매국민이라할 미국인들도 입국한지 5년이 되면 시민권을 얻고 아무런 차별을 받지는 않으나 이 나라 아가씨들이 결혼해주지 않아 고독하게 산다는 것이다. 이 나라 사람에겐 이런 사회적인 편견이 있는가 보다.
이 나라는「아시아」이민을 받지 않는 백호주의를 지니건만 중국사람만은 보였다. 「다윈」시에는 중국사람이 몇 천명이 사는데 중국본토나 대만에서 온 사람은 아니며 같은 부국연방에 속하는 향항·「성가프른·「말레이지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최대의 생활무기라 할 중화요리점을 경영하는데 워낙 요리가 유명하고 보니 돈을 많이 벌어 들인다고 한다.
이 나라는 노무자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하루 8시간의 노동제를 세계에서 맨 처음 획득한 것도「멜버른」의 노동조합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매우 발달해 있다. 인력이 모자라는 나라이니 노동력을 가진 사람이『내로다』고 가슴을 펴고 산다. 최저임금제도는 벌써 50여년 전에 이룩되었는데 최저임금은 주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 최저임금법에 위반하면 고용주나 고용인이 다같이 처벌을 받는다. 어떤 최저임금법에 관한 판결을 보니 『호주는 문명사회의 생활에 필요한 금액을 근로자에 지불할 수 없을 만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산되어 있지 않다』라고 했는데 과연 이 나라다운 말이다.
얼마나 자신과 긍지를 지닌말이랴. 언젠가 어떤 사람이 휴가를 맡고 자기 고향에 가서 그 동안「아르바이트」로 취직하려고 했으나 휴가 중에 일을 시키는 것은 안되며 특히 규율을 문란케하여 딴 사람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자기 의사대로 돈을 벌려고 하는데 무슨 간섭이냐고 하겠지만 노동조합에서는 휴가에는 절대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선 1주일에 토·일요일 이틀을 놀지만 축제일과 함께 연차 유급휴가 평균 3주일을 합치면 5일에 이틀의 휴일이 있는 꼴이니 이들은 여생을 즐기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 자신들도 이 나라가 근로자의 낙원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있었다.
노동자들도 거의 자가용을 타고 직장에 나가는 만큼 부유하게 생활하는 때문에 모두가 활기에 차있다.
그리고 이 나라는 노사관계가 원만하여 이렇다할 알력없이 경영주와 노무자들이 모든 것을 원만히 해결한다는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 같은 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필요한 분쟁을 일삼지 않고 웃음 속에서 잘 해결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나라는 최저임금제를 비롯하여 국민연금에 관한 안전한 사회보장제도로써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할 뿐아니라 노동조직을 잘 이룩하여 자본의 이윤을 최저선으로 내리게 하는 등 온 힘을 기울이고있었다.
이것은 한결같이 이 나라가 동지의식으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 아닐까.
※다음회부터「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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