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37·시카고 컵스)의 데뷔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던 것은 그의 '빅리그 초구'였다.
임창용은 최근 여러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초구에 직구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1995년 해태(현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삼성과 일본 야쿠르트를 거치는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을 관통할 수 있는 '직구'였다. 그리고 임창용은 약속을 지켰다.
8일(한국시간) 열린 밀워키와의 홈 경기에 3-4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임창용은 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무실점했다. 무엇보다 비록 볼 판정을 받았지만 첫 타자였던 션 홀튼(26)을 상대로 91마일(146.5km) '직구'를 꽂았다. 자신감이 넘쳤던 임창용은 홀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8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장식했고, 후속타자 아오키 노리치카(31)에게도 2구까지 직구를 던져 빅리그 데뷔 후 타자들에게 10구 연속 직구만 보여줬다.
이날의 11구이자 아오키를 상대로 한 3구째에 82마일(132km) 체인지업을 던진 임창용은 곧이어 89마일(143.2km) 직구 2개를 연거푸 투구했다. 5구째를 공략 당하며 좌전 안타를 허용한 게 옥에 티. 1사 1·2루 실점위기를 자초했지만 임창용은 발 빠른 진 세구라(23)를 상대로 초구 88마일(141.6km) 직구를 또 던졌고,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기록한 투구수 14개 중 13개가 직구였다. 최고 구속은 93마일(149.7km)에 그쳤지만 집념이 느껴진 일구였다. 한편 1994년 애틀랜타전에서 기록한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의 초구는 볼이었고, 1999년 뉴욕 메츠전을 통해 데뷔한 김병현(당시 애리조나)의 빅리그 초구도 볼이었다.
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