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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유증 심각 日, 주변국과 관련 정보 공유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본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관련된 정보와 교훈을 국제사회, 특히 주변국과 나눠야 한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66·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중앙SUNDAY 기자와 만나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아마노 총장은 “일본은 자신이 국제사회에 끼친 영향을 통감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일본 책임론’을 펼친 것이다. 외교관 출신인 아마노 총장은 원자력 안전을 책임진 국제기구의 수장 자격으로 일본 정부에 보다 투명한 정책을 주문한 것이다. 그가 한국 언론과 직접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IAEA는 언제든지 북한에 다시 들어가 핵 감시 활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후쿠시마 원전의 현 상황은.
“원자로는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핵 물질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IAEA는 미래를 고려한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계속 권고해 왔다. 일본은 자신이 국제사회에 끼친 영향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일본만의 사건이 아니다. 한국·중국은 물론 미국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난 일본 사람들에게 ‘일본은 IAEA나 국제사회와 함께 이번 사고를 고민하고 관련 정보와 사고 처리 교훈 등을 나눠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특히 주변 국가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사고지역 주변 땅을 얼려 원전으로의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나.
“오염수 유출을 방지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우선순위를 두는 일본의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특정한 방법이 기술적으로 안전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건 각 회원국의 몫이다. 당사국이 요청하면 모르지만 타당성 판단은 우리 일이 아니다. 일본이 IAEA의 협력을 구한다면 물론 적극 협조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장기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이 타당성 평가를 요청하면 어떨까.
“IAEA의 회원국은 총 170여 개국이다. 개별 회원국의 요청에 일일이 응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가 권장하는 것은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해 바다는 물론 인근 토양의 오염 상황을 함께 모니터하자는 것이다. 현재 IAEA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준비 중인데 내년에 완성될 것이다. 여기에는 해양오염에 대한 조사내용도 포함될 거다. 우리는 특정 정책의 타당성을 평가하진 않지만 조사를 통해 교훈을 얻으려 한다. 나는 1990년대 초 러시아가 핵 폐기물을 극동 해역에 투기해 큰 물의가 빚어졌을 때 한·일·러 공동조사가 이뤄졌고 여기에 IAEA가 참여했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빈 외교단지에 자리 잡은 IAEA 본부 28층 사무총장실에서 이뤄졌다. 브라운 톤의 넓은 집무실 창 바깥으로는 빈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노 총장은 시종 꼿꼿한 자세로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교훈은.
“감독기관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절감했다. 과거 일본 국내에서 핵 관련 감독기관의 독립성이 충분하지 않았다. 후쿠시마의 참극도 감독기관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 사건은 자연재해면서 동시에 인재(人災)의 요소도 강하다. 쓰나미(대지진 후 해일)의 영향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 사건 후 감독기관이 개혁되긴 했지만 아직 이 기구의 능력을 평가하긴 이르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경험도 축적돼야 한다.”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일본 외무성 출신의 군축·비확산 문제 전문가. 2002년부터 3년간 외무성 군축·비확산 담당 국장으로 일했으며 IAEA 담당 일본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2009년 IAEA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영어는 물론 불어도 능통하다. 도쿄대 법학과 졸업.

빈=남정호 국제선임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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