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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의 약자『아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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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법조협회(IBA) 총회가 8월22일∼28일 일본동경에서 열렸었다. 47년 창립되어 현재 40개국 59개 법조단체가 가입되어있는 IBA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 나라 가정법률상담소의 가입을 승인했는데 이로써 우리 나라의 가입단체는 법률부조협회·한국변호사협회와 함께 셋이 되었다. 13명의 한국대표단멤버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변호사 이태영 박사는『모든 나라들이 법률상담소를 가지고 있었으나 가정법률상담소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 뿐이었다』면서 이것은 자랑일수도 있고 부끄러움 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로 여성들의 법적인 권리침해에 대해 상담하고 있는 가정법률상담소가 다튼 나라에는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혼한 남녀가 그들이 따를 성을 의논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만큼 완벽한 법적 남녀평등을 이루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2백60명이나 되는 여류변호사들은 여성의 법적 지위를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이 오직 실질적인 지위를 보호하기에 애쓰고 있었다.
법조의 역할, 법조의 과실 등 주로 법조인들 자신에 관한 문제와 함께 이번 총회에서는 국제결혼에 따른 재산법상의 문제를 다루고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날로 국제결혼이 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남편의 본 국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각 나라에 따라 속지주의·속인주의·독립의사주의·복합제도채용 등 여러 가지 차이가 있어 유사시에는 많은 곤란이 생긴다.
프랑스의 변호사「장·바동」씨는 이번 총회에서 그가 조사한 각 나라의 법 적용을 보고하고『거의 모든 나라들이 부의 본 국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내의 권리를 침해하고 성의 평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국제 결혼한 여성이 이혼하거나 과부가 되지 않는 한 남편나라의 법을 따르도록 강력히 규제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덴마크, 노르웨이, 페루, 스위스에서는 주소지에 따른 법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필리핀은 우리 나라와 같이 부의 본 국법을 따르도록 하고는 있으나 처가 필리핀 국적을 갖고 있거나 재산이 필리핀 안에 있을 때는 부의 본 국법이 적용되지 못하도록 자기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이태영씨는 우리 나라의 경우 국제결혼 하는 여성들이 재산법 상 별다른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고『결혼하기 전 쌍방이 재산 등 모든 면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것』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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