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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드는 도시인의 생활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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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5%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면서 급격히 늘어가는 도시인. 그들의 생활 윤리는 어떤 것일까? 7일 하오 YMCA가 마련한 시민 논단은 이 문제를 갖고 김태길 교수(서울대 문리대), 정희경 교수(서울대 사대)와 함께 토론의 한때를 가졌다.
먼저 김 교수는『인간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생긴다』고 전제하고, 아는 사람사이의 관계로 특징지어지는 농어촌사회와 특이한 도시사회의 인간관계, 거기서 파생되는 윤리의 문제를 지적했다.
도시는 모르는 사람끼리의 접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인은 아는 사람에 대한 태도와 모르는 사람에 대한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자연 서로 무관심 내지 적대심을 갖고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사고 팔 때라든지, 여러 가지 접촉장면에서 부도덕이 예사롭게 행해진다는 것.
김 교수는 특히, 우리사회의 불신 풍조는 서로의 접촉이 빈번한 도시사회에서는 암적 조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슨 새로운 운동을 하는 사람을 하는 사람을 보면 먼저 그 배후를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시는 또 서구의 문화와 가치관이 먼저 들어오고, 그 가운데서도 물질적인 가치관이 도시인의 행동 유발제가 되고 있다.
관능적 쾌락·물질적 가치는 그들의 행위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의 개인주의까지도 질서 잡히지 않은 바탕 위에 이식되면서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인간가치를 앞서려는 물질가치는 도시를 파멸로 이르게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웃이 너무 가까워 진 도시에서의 이웃사이의 문제 해결은 인간가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태도 위에서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 교수는 도시인의 특징을 운명의 상호의존 관계로 전제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자기와 관련 짓고 자기의 것으로 간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동의 문제라는 생각 없이 불평을 불평에 그치게 하고 공동의 행동으로 이끌어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화적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으면서도 개인간의 제휴가 무시된 도시인은 문제의 제기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는, 시민의식 없는 시민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 특히 그는 김 교수의 관능적 욕구를 추구하는 것이 도시인의 기호라는 진단에 동의하면서, 사회교육기관, 그 가운데서도 매스컴의 힘을 선용하여 자아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함께 길러가자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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