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중앙일보 논설위원>|추석과 물가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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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추석을 앞두고 또 다시 연례행사처럼 생활필수품 값이 뛰고 있다. 쌀값이 가마당 8천원을 넘고 있다는 소식이며 쇠고기 값도 근당 6백원으로 올랐다 한다.
연탄 값도 개당 15원50전이어야 하는 것이 지금 20원을 넘기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각종 생활필수품이 뛰는 것을 당국은 세무사찰 등록취소라는 이른바 행정력으로 누르고자 하고 있다.
또 농림부는 정부보유미를 무제한 방출해서 쌀값을 누른다고 한다.
그러나 해마다 겪는 추석물가가 그런 방식으로 눌려진 일이 없다는 점에서 당국의 물가정책이 크게 효과를 발휘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앉아서 당해야 하느냐하는 반문이 제기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통화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그 설립취지의 하나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일으켜 올라가는 물가를 눌러야 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은 총재가 보는 바로는 지금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연말까지 물가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해서 오르는 물품을 사지 않는다면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나 이 말은 추석이라는 전래의 명절을 그대로 넘기라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 있는 호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기껏해야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물가 및 통화정책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에서 일말의 불안감조차 느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제도적 관계로 보아 한국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도 권한도 없다는 점은 확실한 것이며, 때문에 한은 총재가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것도 이해 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정부당국이나 중앙은행의 물가정책에 커다란 기대를 걸기 힘드는 것이라면 소비자는 각자 현명하게 물가상승의 피해를 가능한 한 회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런 뜻에서 몇 가지 방법을 권고하고 싶다.
첫째, 소비자는 물가의 계절변동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석의 경우 물가는 대체로 추석 전 20일 내외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추석 후에 다시 반락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므로 저장이 가능한 것은 미리 사들임으로써 계절변동을 회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쌀값은 추석 전에 떨어졌다가 추석 후에 오르는 것이 관례인데 올해에는 오랜 장마로 흉작이 예상되어 거꾸로 된 것 같다.
둘째, 추석 때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과일 고기 등 부패성 음식물인 것이며 이를 오래도록 가정에서 저장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찌할 수없이 계절변동의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소비량을 가급적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세째, 추석에 많이 소비하는 물품은 의류이다. 그런데 의류구매는 두 가지 점에서 피해를 피할 수 있다. 하나는 미리 사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완제품을 사지 말고 감을 사서 집에서 옷을 만드는 방법이다. 완제품 값은 계절적으로 크게 올라도 원단 값은 그렇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옷의 경우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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