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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구마고속도로서 속옷 벗겨진 여대생 차에 치여 숨졌는데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한 뒤 달아났던 스리랑카인 가운데 1명이 범행 15년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형택)는 5일 학교 축제에 참가했다가 새벽에 귀가하던 여대생을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스리랑카 국적의 A씨(46)를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또 불법체류로 2003년 추방된 B씨(44) 등 2명을 기소중지했다.

 A씨 등은 1998년 10월 17일 오전 5시30분쯤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도로에서 모 대학 간호학과 1학년 정모(당시 19세)양을 자전거에 태워 인근 밭으로 끌고가 집단 성폭행한 뒤 현금 등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양은 성폭행 당한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의 구마고속도로를 걷다가 트럭에 치여 숨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범죄 등 전과 3범의 A씨는 1996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 이후 2002년 한국 여성과 결혼했으며 ‘내국인 배우자’ 자격으로 17년째 체류 중이다. A씨는 이달 초 유흥업소 여성을 자신이 운영하는 ‘스리랑카’ 식품점으로 불러 강제추행하기도 했다.

  당시 숨진 정양이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는 등 성범죄와 관계된 정황이 있는데도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나중에 고속도로 갓길에서 발견된 속옷에서 정액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속옷 상태가 낡은 점으로 미뤄 정양이 입었던 게 아닌 것 같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정양의 부모는 이에 반발해 청와대와 검찰, 경찰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달라며 진정했다. 또 부실수사를 이유로 담당 경찰을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재수사에 착수했다. 정양의 속옷에 있던 정액 DNA 자료를 확보해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DNA 대조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2011년 아동성매수 혐의로 입건됐던 A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정양의 아버지는 “딸이 변을 당한 이후 가족들은 하루도 마음 편히 잠을 잔 날이 없었다”며 “경찰이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사건의 실체가 좀 더 빨리 밝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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