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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수상자들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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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차별화’가 관건이다. 올해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 수상자들 얘기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시상식 개최 이래 연속 수상’ 기록이 깨졌다. 지난해 ‘3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운 애널리스트 4명이 올해 단 한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방증이다.

 올해 애널리스트 수상자는 대부분 ‘행동파’였다. 기계업종 투자추천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한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드물다. 평소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해외 기업, 국내 증권사는 국내 기업과 교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증권업계 관행을 과감히 지웠다.

 HMC투자증권 정혜승 연구원에게도 매달 목표가 있다. 담당인 음식·소비업종 주요 업체 수십 곳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방문하는 것이다. 탐방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혜승 연구원은 “기사나 보고서 등 글로 나온 자료는 이미 늦은 정보”라며 “여기저기 방문하다 보면 기업 한 번 갔다온 것만으로 경쟁사 사정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고 귀띔했다. 그는 올해 음식료·소비재 투자추천·실적추정 2관왕을 거머쥐었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주무기는 넓은 시야다. 개인종합 투자추천 부문에서 1위를 한 HSBC증권 데니스 유 연구원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정유·화학업종을 담당한다. 데니스 유 연구원은 “정유·화학 분야는 대외 경제상황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며 “각 지역·국가·종목 간 비교분석을 통해 아이디어를 찾는 크로스-리딩(cross-reading)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2위인 도이치방크 션 박 연구원도 “아시아 정유·화학시장 전반을 다루며 시장의 큰 그림을 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글로벌 감각은 탁월했다. 지난해 4~5월 두 연구원은 화학업종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낸 몇 안 되는 애널리스트였다. 당시 시장은 2011년 중국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과열된 상태였다. 그러나 둘은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고 수급 사이클까지 긴 화학업을 유망업종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예측은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지난해 유 연구원은 화학업종 평균 주가 상승률보다 26.8%, 박 연구원은 15.7% 초과수익률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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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량화된 ‘수치’ 중심 분석을 추구하는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개인종합 실적추정 1위인 아이엠투자증권 오승규 연구원은 평소 기업이 제품에 쓴 원료의 종류와 가격, 수량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원료의 변화가 제품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회사 실적에 반영된다는 논리다.

오승규 연구원은 “시장 트렌드를 그때그때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널리스트의 생명은 무엇보다 자료의 정확도에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등의 당기 실적을 해당 종목 담당 30~40명 애널리스트 중 가장 정확히 맞혔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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