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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실험실습 시설의 확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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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 문교부는 전국 85개 대학의 내부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교지 등 외부 시설은 대체로 양호한 내무 시설은 모든 대학이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18일부터 6월20일까지 실시된 이 내부시설조사는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실시된 것으로 여러 모로 의의가 큰 조사결과가 드러났다 할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예측했던 대로 내무 시설이 완비된 대학은 하나도 없고, 평균치로 따진 실험·실습 비 구비 현황도 품종별로 해서 기준의 40%, 그리고 수량별로는 고작 35%밖에 안됨을 드러냈음은 한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는 특히 시설 확보율이 이 학계의 경우 15%, 공학 계 10%, 의학계 14% 미만이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실정에 있는 학교도 없지 않음이 드러났다. 문교부는 각 대학별 시설 확보율의 발표를 학교 차의 조장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경향으로는 ①국공립보다는 사립이 낫고 ②지방보다는 서울이 ③신설학교보다는 역사가 오랜 학교의 시설이 낫다는 것 등이 밝혀졌다 한다. 역사가 오랜 대학과 서울에 있는 대학의 시설이 나은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국립대학이 사립대학보다 시설이 나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교부는 이 조사결과에 따라 교사·체육 장 시설은 72년도 말까지, 도서 및 도서관 시설은 73년도까지 각각 기준에 맞도록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학교별 실험 실습 시설의 연도별 확보율을 통보하여 그 실천 현황을 연 2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한다. 이와 같은 지시는 원래 67년에 개정된 대학 고치기 준령 부칙 2조에 의해 이미 단행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완전히 공문 화했기 때문에 문교부는 70년 1월 다시 대학 설치 기준 령을 전면 개정하여 또다시 앞으로 5년 이내에 시설을 보완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문교부로서는 스스로 산하에 있는 국립대학의 시설기준확보에 있어서조차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보다 나은 사립대학에 시설확보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을지 의아스럽다. 문교부는 지난 연초에 내 71년도부터는 국공립은 물론, 사립대학에서도 시설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정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미 각의 통과된 새해 예산안에 이것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음은 또 한번의 식언을 예견케 하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따진다면, 미리 실험 실습 시설이 확보되니 않았는데도 학교나 학과의 설치를 인가해준 문교 당국의 처사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교부는 선인가 후 설비라는 명목으로 인가한 국내 3개 사립 대학교의 의과대학이 69년 8월말까지 시설을 완비하지 않으면 폐쇄 조치하겠다고 위협한 일이 있는데 이와 같은 경솔한 사전인가 조치의 일반화가 결국 오늘의 사태를 빚어낸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교부가 책정한 대학 시설 설치 준령이나 교구설치 기준 령 등이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되나, 적어도 이 이 기준은 대학시설의 최저기준으로서 필수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학 설치기 준령을 보면 도서는 학생 1인에 30권 이상으로 하되 학과 당 5천 권 이상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교부의 도서시설 확충 지시가 있으면 부실 대학에서는 고서 점에서 근으로 달아 파는 고서를 사서 장서 실에 진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허술한 도서 규정조차 잘 지켜지지 않아 83%의 확보율밖에 나타내고 있지 않다니 문교부의 과감한 독려가 요망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하여, 문교부가 강권만 발동하면 사립대학은 학생 등록금을 인상하여 이로써 무리하게 고물실험실습기구를 사들이려 할 것은 능히 예측할 수 있는 바 오늘날 이와 같은 엉터리가 용납되지 않을 것도 또한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문교부로서는 청구권 자금 등을 활용하여 실험실습기구의 현물지원을 하는 방법도 강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교부가 국공립대학의 시설만이라도 기준에 맞도록 완비하여 사립대학이 시설을 완비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선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사립대학에 낙후하고 있는 국립대학의 시설을 우선 확충하여야 할 것이요 사립 학교도 부동산 투자 등을 일삼지 말고 학생들을 위한 실험 실습 시설의 확장에 성의를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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