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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내 최대규모의 마약밀수범일당 17명이 24일 붙잡혔다. 이들이 밀수한「드리·나인」5㎏은 시가 9억 원이라 하는데 이 분량이면 1백68만 명의 마약중독자를 만들 수 있다고 해야 더 실감이 날 것이다.
이들이「드리·나인」을 밀수해서 국내에 들여온 것은 지난 2월과 4월. 그러니까 그 동안 이 엄청난 양의 마약을 처분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마약단속이 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었다고 나 할까.
그렇지만 않았다면, 이처럼 다량의 마약도 손쉽게 소화될 수 있었다니 그만큼 국내의 마약수요량이 많았던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마약의 유행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에 미 상원에서 열린 마약관계공청회에선 끔찍한 여러 사실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여기 출석한 한 정신병학자는「베트남」에서 4만3천 명의 미군이 전사하였지만, 같은 기간에 14만 명의 젊은이들이 마약중독으로 죽었다고 밝혔다.
더욱「쇼킹」한 것은 전 미군병사들 사이에 마약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국방성의 특별조사 위는 미군내의 마약상습자는 66년까지만 해도 3.5%밖에 안됐었지만, 현재는 30내지 60%나 될지도 모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동 공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병사들은「베트남」에서 공격작전이 있는 전야에는 병사들끼리 으레 마약「파티」를 열었다고 실토했다. 영어에서「암살」(assasination)이란 말의 어원은「아라비아」어의「하시신」(마약상용 자)이다. 십자군시대에「이슬람」교 국의 추장이나 귀족들은 암살 자를 고용해서 늘 마약을 상용케 했었다. 환각으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유럽」에서 쳐들어오는 십자군을 막기 위해서도 병사들에게 마약을 먹이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수소폭탄을 실은 B-52의 탑승원들 사이에 마약상습자가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도 긴장과 흥분을 한때나마 잊기 위해서인 것 같다.
중세「아라비아」의 마약은 인도대마,「마리화나」·아편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 미국의 젊은이들과 병사들이 상용하는 것은 주로「마리화나」와 LSD이다. 이번에 국내에 들어 온 「드리·나인」은「헤로인」을 주성분으로 한 마약인 것이다.
그 성분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실도피와 일시적인 쾌락의 추구를 위한 환각제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 해독 역시 똑같고….
유행은 어느 것이나 끝이 있다. 그러나 마약의 유행만은 끝이 없는 것이 특색이기에 더욱 끔찍한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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